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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방송포맷 저작권에 관한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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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24 22:52:15 수정 : 2014-06-24 22: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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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 콘텐츠 해외보급 활발
中·동남아 등서 표절작 생겨나
新한류 위해선 당국 관심 절실
요즘 방송포맷(Format) 산업이 새로운 문화한류의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방송사에서 제작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들이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중남미 등지에 앞다퉈 보급되면서 문화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방송포맷은 시리즈물에서 변하지 않고 지켜지는 요소·스타일 등 핵심을 담고 있는 구성안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KBS가 ‘도전 골든벨’을 베트남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사실상 물꼬를 튼 방송포맷 수출이 최근에는 국내 방송사 간 경쟁이 될 정도로 앞다퉈 각국의 안방에서 방영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둥팡위성TV는 KBS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를 사들여 ‘불후의 명곡’을, 저장위성TV는 ‘KBS 해피선데이 -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본뜬 ‘아빠가 돌아왔다’를 내보냈다. 지난해 10월 후난위성TV로 방영된 ‘파파거나아’는 시청률이 높아 시즌2가 추진되고 있다. 피파거나아는 MBC ‘아빠! 어디가?’의 포맷 수출상품이다. 그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프리마돈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로맨틱’, ‘슈퍼스타 K’ 등을 중국에 수출해온 CJ E&M의 최근 히트작 tvN ‘꽃보다 할배’의 중국판인 ‘화기예예’는 포맷 수출을 넘어 제작진이 현지에서 컨설팅할 정도로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방송산업에서 포맷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다. 1989년 영국의 ‘셀라도’라는 제작사가 만든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라는 퀴즈쇼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그 포맷이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돼 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포맷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관인 ‘포맷 등록 및 보호 협회(FRAPA)’에 따르면 전 세계 방송 콘텐츠 포맷 시장은 현재 15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방송포맷 시장의 확대와 국내 방송 콘텐츠의 활발한 해외보급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국내 드라마나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 표절작들이 생겨나고 있다. 김수현·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방송 콘텐츠가 방송된 지 몇 달 만에 동남아 지역에서 리메이크가 된다는 소식에 고무됐지만, 인도네시아판 ‘별에서 온 그대’는 정식 수출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표절한 작품임이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지난 4월 중국에서는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와 비슷한 개념으로 다섯 여배우와 두 남자 스타가 팀을 이뤄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후난TV의 ‘화아여소년(花兒與少年)’이 방송됐다. 이 작품 역시 ‘꽃보다 누나’의 포맷을 정식으로 수입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는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박태해 문화부장
문제는 해외 방송사들의 국내 방송 콘텐츠의 무분별한 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에는 산둥TV가 KBS의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를 베껴 방송했고, 2011년에는 후난TV가 SBS ‘일요일이 좋다’의 코너 ‘런닝맨’을, 산둥TV에서는 KBS의 ‘청춘불패’를 모방해 방송하며 표절 논란이 일었다.

해외 방송사들의 국내 프로그램 표절 행위는 이제 막 신(新)문화한류를 개척하려는 국내 방송사들의 포맷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포맷 수출에 직간접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기획자들의 창작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방송포맷 수입국에서 주요 수출국이 된 이제는 우리나라 포맷 개발자의 저작권을 보호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중재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국제 저작권 분쟁 전담 변호사를 육성해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 같은 해외 방송사들의 콘텐츠 침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방송포맷 산업이 문화강국의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관심이 절실하다.

박태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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