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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울다 웃다… 기막힌 코믹 실화,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커밍아웃’

입력 : 2014-06-03 13:39:34 수정 : 2014-06-03 18: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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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그를 ‘게이’라 생각했다. 심지어는 자신조차도.

하지만 첫사랑에 이어 실연을 밥 먹듯이 겪으며 그는 스스로 깨달아간다. 그는 사실 게이가 아닌 이성애자였다.

간략한 시놉시스만 읽으면 ‘세상엔 참 별 일도 다 있네’라며 한 번 웃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웃음과 눈물, 감동이 뒤범벅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 배우 기욤 갈리엔의 ‘엄마와 나 그리고 나의 커밍아웃’(감독 기욤 갈리엔, 수입/배급 판시네마)은 우리 정서에는 아직 낯선 ‘게이의 반전 커밍아웃’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이 전부는 아니었다. 기욤 갈리엔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서 엄마와 나, 1인 2역을 직접 연기해 사실은 어느 집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임을 일깨우며 관객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자처럼 행동하는 기욤(기욤 갈리엔)에 대한 가족, 세상 사람들의 편견(게이일 것이라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그를 옥죄어 왔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런 자신의 상황을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싸우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그 편견은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로부터 가끔은 비롯되기도 한다.

감독이 전하는 자신의 성장담은 진짜 게이냐 아니냐를 떠나,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의 껍질을 깨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우리를 자기반성의 시간으로 이끈다. 한참을 웃고 나니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기욤의 이야기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갈리엔 감독은 엄마와 본인 외에도 자신의 상상 속 등장인물인 소피 대공비와 시씨 공주까지 1인 다(多)역을 소화해냈는데, 우스꽝스러운 차림에 천연덕스러운 표정이 그를 처음 본 관객이라도 단 몇 분이면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그가 1인 다역을 연기한 건, 유럽에서 인기리에 상연된 ‘아들들과 기욤, 와서 밥 먹어라!’라는 그의 1인 연극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그저 연극의 풍성한 유머와 감정들을 영화로 옮기고 싶었을 뿐”이라는 감독의 변(辯)만큼이나 연극과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편집이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각본, 연출, 연기 모든 걸 소화해내며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5관왕, ‘제66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 최고영화상을 석권한 기욤 갈리엔 감독에게 ‘21세기 찰리 채플린’이라는 호칭을 부여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15세관람가. 러닝타임 87분. 6월5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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