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공부방·서재·가족실 등 만들어


같은 평형이라도 세심한 공간 배려 등이 깃든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대형에 비해 생활 공간이 부족한 중소형 아파트에서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차별화된 평면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1년간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 약 104만건 중 약 89만건이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거래된 아파트 10개 중 8개 이상이 중소형이란 말이다.
최근 분양에 나선 아파트는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중소형 소비자를 위한 공간 배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틈새 면적, 이른바 ‘알파룸’을 설치해 중대형 평형 못지않은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는 것이다. 알파룸은 자녀 공부방, 서재, 가족실, 여분 침실 등 거주자의 가족 형태 및 생활 패턴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까지 있다고 진단한다. 또 중소형 틈새 평형으로만 전 가구를 구성하는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에서 이번 달 분양을 앞둔 대우건설의 ‘송내역 파인 푸르지오’(조감도)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539가구 전체가 전용 62∼84㎡ 규모다.
중소형이지만 발코니 전면부를 세탁·건조·세탁용품 수납이 동시에 가능한 원스톱 공간으로 꾸며 동선의 효율성을 높였다. 확장형을 선택할 경우 큰 주방기구까지 문제없이 수납할 수 있도록 대형 수납공간 ‘펜트리 룸’을 제공한다. 욕실 바닥에 난방도 설치해 겨울철이면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서 올라오던 냉기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건설사도 분양 성공을 위해 조그마한 소비자 요구까지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소비자의 편의를 배려한 상품만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라가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분양하고 있는 ‘영종하늘도시 한라 비발디’는 안전을 극대화했다.
안방과 지하 주차장에 각각 비상콜 시스템을 설치했고, 저층부인 1∼2층과 최상층에 동체감지기를 달아 물 샐 틈 없는 방범망을 갖췄다.
한화건설이 대전에서 분양하고 있는 ‘대전 노은 한화 꿈에그린’은 늘어나는 여성, 중·대형 운전자를 위해 전체 지하주차장의 80%를 광폭형(2.4m×5m)과 확장형(2.5×5.1m)으로 구성했다. 법정 너비는 2.3m다. 또 아이에스동서가 부산 남구 용호동에 분양 중인 주상복합 ‘더 더블유’는 단지 내에 애견카페를 설치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입주민들을 배려했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아파트 거주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로는 경쟁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하반기 아파트 분양 시장에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아무도 신경 못 썼던 작은 부분이 아파트 분양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평면 배치, 내장재 선택 전략도 눈에 띈다. 한강 상류 변에 위치한 미사 강변도시에서 분양하는 포스코건설의 ‘더샵 리버포레’는 단지 동쪽과 북쪽에 위치한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단지 가운데에 중앙공원을 배치했다. 강남권 입지의 위례신도시는 관심 고객이 잠실을 비롯한 강남, 분당에 거주하는 40∼50대인 것을 감안, 고급화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 2월 분양한 ‘위례2차 엠코타운 센트로엘’은 주방에 흔히 쓰이는 인조 대리석 대신 내구성이 뛰어난 강화 대리석을 깔았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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