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때도 신속히 출동, 바다의 파수꾼으로서 큰 역할” 해양경찰청이 매년 해양사고 현황 등이 담긴 백서를 발간하면서 낯뜨거운 자화자찬으로 치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간 부실 구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에 대한 초기 대응 미숙과 실종자 구조·수색과정에서의 우왕좌왕, 구조자·실종자 등 인명피해 7차례 수정은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발간된 ‘2013 해경 백서’에는 2012년의 주요 해양사고 사례 4건이 소개됐다. 이 중 승선원이 전원 구조된 ‘코리아나호 침수 사고’ 편에는 “기관실이 원인 미상으로 침수됐으나 출동한 경비함정에 의해 전원 구조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반면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나머지 3건은 본문에 구조·수색 작업에 대한 언급이 없다. 승선원 16명 중 7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된 ‘두라3호 폭발 사고’의 경우 “12.1.15. 06:30 두라3호가 인천을 출항하여 대산항으로 항해 중, 08:00경 웅진군 자월도 북방 3해리 해상에서 탱크 작업 중 원인 미상으로 폭발하였다”고만 기록해 놓았다. 사고 발생 후 해경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승선원 24명 중 12명이 사망한 ‘석정 36호 침몰 사고’에 대해서도 “선체가 기울어져 24명이 해상으로 추락하고 선체는 침몰했다”는 내용뿐이다. 왜 절반만 구조됐는지 등 의문점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고 있다.
당시 해경은 탑승자 파악도 잘못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없다. ‘122구조대 활동성과’ 부분에서 “석정36호의 침몰 선박 확인및 실종자 수색작업 등에서의 활약은 해양경찰 122구조대의 신속·정확한 대응력을 보여준 주요사례”라고 자화자찬할 뿐이다. 자신들의 활약상만 기록한 낯뜨거운 백서다.
다른해 발간된 백서에서도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사건은 개요만 서술해 놓았다. 전원 구조한 사건은 “신속히 출동한 해양경찰 경비함정이 승선원 전원을 무사히 구조하였다”는 식으로 소개했다.
2011년 백서에서는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46명의 군인이 전사한 천안함 사건을 두고 “생존 장병들에 대한 해양경찰의 신속한 구조활동은 바다의 파수꾼으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었다”라고 치기어린 서술을 하기도 했다.
2012년 백서는 해양사고를 선박 종류별로 분류했을 때 어선이 66.1%를 차지한다고 언급한 뒤, 어선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어민들이 기상상황을 고려해 조업하고 선박에 대한 정기적인 정비 등을 통해 스스로 안전의식을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서는 대형 재난사고에서 인원 배치와 사고 수습 처리, 문제점과 현장에서 접한 어려움 등을 낱낱이 기록해 차후 사고가 났을 때 반면교사로 삼아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의도로 발간된다. 하지만 해경이 만든 백서는 해상 사고현장 등에서 자신들의 활약상만 장황하게 늘어놓은 홍보자료에 불과하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재난관리학)는 “백서에서 잘한 점을 언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구조과정 등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정리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도=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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