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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해설가 이어 또 한번의 ‘날갯짓’

입력 : 2014-05-09 20:27:26 수정 : 2014-05-09 20: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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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새 사령탑 박미희 감독
한국이 ‘여권 신장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은 오래전이다. 각 분야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고, 여자 대통령까지 등장했다. 스포츠계도 여자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인다.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수확한 8개의 메달은 모두 여자 선수들이 따냈다.

그러나 스포츠 지도자로 눈을 돌려보면 여권 신장이란 말이 무색하다. 아마추어 종목에선 종종 여자 감독을 볼 수 있지만 프로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였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벽’을 깼다. 최근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박미희 해설위원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것. 명해설가에서 초보 감독으로 변신해 새 시즌 구상에 여념이 없는 박 감독을 8일 경기도 용인의 흥국생명 숙소에서 만났다.

소감부터 물었다. 박 감독은 “우선 책임감이 무거워진 것을 느낀다. 그래도 두려움 따위 버리고 악착같이 해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박 감독에게 지도자 제의가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배구 이전에 엄마 역할은 물론 방송 해설에 애착과 자부심이 있었기에 고사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난달 중순 감독 제의를 받은 뒤 심사숙고 끝에 받아들였다. 박 감독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해야 할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이다 싶었다. 현역 시절이 인생의 1단계라면 결혼과 출산, 해설이 2단계였다. 그리고 이제 3단계”라고 설명했다.

여자 프로배구 여자 사령탑은 박 감독이 처음은 아니다. 선배인 조혜정 감독이 2010∼11시즌 GS칼텍스를 지도한 바 있다. 그러나 성적부진으로 감독직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박 감독은 “조혜정 감독님과 통화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꼭 한 번은 해볼 만한 일’이라며 북돋아 주셨다”면서 “조 감독님께 감사하다. 먼저 포문을 열어주셨기에 오늘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 반드시 여자 감독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대 속에 감독직을 수락하긴 했지만 흥국생명은 2013∼14시즌 꼴찌에 머문 만큼 상황은 좋지 않다. 선수층이 얇은 데다 높이도 낮다. 이러니 저리니 해도 프로 감독의 제1 덕목은 성적이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 감독은 “양면성이 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론 조금만 잘해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사실 지난 시즌의 흥국생명은 ‘배구계의 히딩크’가 온다 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엔 힘든 선수층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해설자로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흥국생명과 감독으로 직접 부딪쳐 본 흥국생명은 달랐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선수들과 상견례하고 일대일 면담을 했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등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선수시절 내 주포지션인 센터를 맡고 있는 (김)혜진이는 ‘이제 난 죽었다’며 우는 시늉을 하더라. 오고 간 대화 속에서 희망을 봤다. 그리고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현역 시절 ‘코트의 여우’라고 불릴 만큼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던 박 감독은 어떤 배구를 흥국생명에 이식시킬까 궁금해졌다. 박 감독은 “상황에 맞게 빠른 대처를 보여주는 배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 대부분이 어려서 그런 면이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도 그런 면을 고려해 경험이 많은 선수를 뽑을 생각”이라고 밑그림을 드러냈다.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영입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포부를 짧게 부탁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박 감독은 “있는 그대로 해보겠다.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너무 두려워하지도 않겠다. 지도자엔 성(性)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며 재미있는 배구를 보여드리겠다”며 웃었다.

용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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