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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감독·일감 나눠먹기…지하철 추돌 뒤엔 '철피아'

입력 : 2014-05-09 06:00:00 수정 : 2014-05-24 16: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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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전·현직 ‘검은 공생’
지난 2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신호기 오류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해당 신호기관리업체 대표가 국토교통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의 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협회는 신호기술과 관련된 유일한 협회로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지정·위탁받은 시설점검 업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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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선후배 모임 ‘잘못 눈감아 주기?’

8일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에 따르면 협회 감사는 ㈜유경제어의 대표가 맡고 있다. 유경제어는 이번 추돌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 오류 발생 신호기를 설치하고 서울메트로 요청으로 관리·보수 차원에서 데이터 값을 직접 수정한 업체다. 상왕십리역 등 11개 역의 신호기를 11월까지 관리하도록 돼 있다.

유경제어 대표가 감사로 있는 한국철도신호기술협회 임원진에는 민간업체 13곳의 대표와 현 한국철도시설공단 신호제어처장, 한국철도공사 신호제어처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무선통신열차제어연구단 태스크포스팀장, 서울메트로 신사업추진단장,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테크 사업본부장 등 현직 공공기관의 간부가 다수 포함돼 있다.

협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립목적과 사업목표 등에 따르면 협회는 철도시설공사 완료 후 실시 점검, 철도시설공사 하자 만료 시 실시 점검, 철도시설에 대한 정기적 실시 정밀안전점검 등 국토부 장관으로부터 지정 및 위탁받은 철도 안전전문기관의 업무를 할 수 있다. 협회 회원사들은 외주용역을 받아 지하철 신호기 설치 업무를 하고, 협회는 정부로부터 점검 업무를 위탁받을 수 있다. 결국 공기업 전·현직 간부와 퇴직자, 민간업체 대표 등이 협회에 참여해 일감을 분배하고 친목을 도모해 온 것이다. 신호기관리업체 대표 등이 감사로 등록된 국토건설부 산하인 이 협회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다.

설치하고 점검하는 주체가 같다는 점에서 ‘끼리끼리 봐주기’ 행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관련 감독은 국토부에서 따로 진행하고 협회에 점검 업무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부실 점검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협회는 홈페이지에서 이미 2004년부터 44건의 점검 용역을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정밀점검 수주, 회원사는 하청받고

서울시 행정정보 공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신호처는 2011년 2월 한 외부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이 협회가 맡아 수행한 ‘3·4호선 신호설비 정밀안전진단 용역보고서’다. 당시 협회 회장인 윤권은씨는 철도청에서 신호 관련 직책을 오랫동안 맡아온 철도인 출신이었다. 윤 전 회장은 1994년 신호기 고장으로 발생한 새마을호 추돌사고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서울지방철도청 제어사무소장 자리에 오른 뒤 1999년부터는 신호제어과장을 지냈다. 서울메트로가 ‘선배’ 퇴직자에게 일감을 주는 셈이다.

당시 용역보고서는 3·4호선 신호시스템을 부분적으로 개량해야 하고 내구연한과 노후가 심하게 진행된 설비에 대해 우선 순위에 따라 개량해야 한다는 등의 결론을 내렸다. 꼼꼼하게 현장을 점검한 결과 시급히 개량이 필요한 장치도 지목해 몇몇 설비를 시급히 교체하라고 주문했다.

문제는 용역보고서에 따라 서울메트로가 신호설비 교체 등 후속조치를 취할 때 협회의 회원사인 외주업체들이 설비를 새로 설치하고 부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등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도 신호설비 전원장치는 협회 회원사인 ㈜코레일테크가 외주를 담당한다.

◆고위층은 산하기관에, 중하위는 협회로…

전문가들은 철도 분야가 다양해 철도 외주분야별로 수많은 협회가 형성돼 비슷한 일감 나눠먹기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는 세월호 사고 주무부서인 해수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이익단체의 숫자도 많다는 데 주목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해운조합에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포진한 것과 달리 철도신호기술협회 임원에 국토부 퇴직 관료가 없어 얼핏 ‘관피아’가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역시 국토부의 경우 산하기관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철도 전문가는 “국토부는 협회까지 퇴직 관료를 내려보낼 필요가 없는 것일 뿐, 협회 역시 국토부에서 파생된 철도 관련 마피아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체가 ‘셀프’ 점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서류에 적시하는 방법으로 협회를 활용하기도 한다”며 “그 가운데는 중하위급 관료 출신이나 공기업 출신들이 와서 한자리씩 차지하면서 커넥션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현직 공무원과 민간업체가 만나기엔 가장 좋은 환경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관계자도 “업체로 구성된 비영리법인에 감독기능을 위탁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취지는 행정력이나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잘 되는지는 현실적으로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산하에 공기업 퇴직자들과 민간단체들이 결합한 이 협회와 같은 비영리법인은 2012년 현재 총 27개에 이른다. 이들 중 다수가 국토부의 안전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정부 업무를 위탁받거나 공기업 업무를 위탁받기도 한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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