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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점검과 관성적 훈련이 만든 '달리는 시한폭탄'

입력 : 2014-05-03 18:01:31 수정 : 2014-05-03 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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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점검 대상서 신호기 제외…일상점검서도 오류 못 봐
매뉴얼 따라 대처했지만 시나리오엔 못 미쳐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는 관성적으로 이뤄진 안전점검과 승무원 훈련, 교육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각종 점검에서도 운행 판단의 기초가 되는 신호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고, 훈련 때마다 접하는 매뉴얼에 맞춰 움직였지만 시나리오만큼 신속한 수습은 어려웠다.

◇ '겉핥기 점검'…특별점검에 신호는 포함 안돼

최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17∼30일 모든 차량에 대해 특별안전점검을 시행해 완료했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한 브리핑에서 "특별안전점검을 마무리했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고 원인이자 운행 판단의 기초가 되는 신호 장비는 특별점검 대상에서 빠졌다.

전동차 내 각종 무전기, 소화기, 비상통화장치 등 승객구호와 응급조치와 관련한 장치들만 점검했다고 서울메트로는 밝혔다.

신호 장비를 점검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로 장정우 서울메트로 사장은 "수시로 일상점검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전동차가 운행을 마치면 매일 도착점검을 하고, 전동차와 신호기 모두에 대해 3일 주기 일상점검, 2개월 주기 월상점검, 2년·4년 주기 등 정기 점검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중, 삼중의 번듯한 점검 체계를 갖췄지만 나흘간이나 사고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은 겉핥기식 점검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서울메트로 측은 신호기 고장 사실도 추돌 사고 이후에 뒤늦게 인지했다.

이들은 부랴부랴 현장을 일일이 점검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신호를 이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 수습 매뉴얼 따라도 시나리오엔 '역부족'

나흘간 달리던 시한폭탄이 터졌지만 사망자 발생 등 초대형 사고로 번지지 않은 것은 승객들의 기지 덕분이었다.

승무원들도 외선 열차 운행 중단 확인 후 안내방송을 하고 최후에 피하는 등 매뉴얼을 대체로 준수했다.

그러나 매번 훈련에서 강조하는 시나리오엔 미치지 못했다. 단계별 조치가 조금씩 늦어졌고, 조치 주체는 승무원과 승객이 뒤섞였다.

서울메트로의 '비상대응 표준운영절차' 중 열차 추돌사고 매뉴얼 시나리오를 보면 추돌 후 승무원은 바로 관제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승무원의 신고는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승객이 119에 최초 신고한 시간보다도 4분 늦었다.

안내 방송도 사고 발생 후 5분 내 모든 열차와 역사에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사고 13분 후 이뤄졌다.

서울시는 "기관사와 차장이 출입문을 열며 대피를 유도하고 모든 승객이 탈출하고 최후에 나왔다"고 설명했지만 대피 안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승객 증언도 잇따랐다. 일부 승객은 비상문도 직접 열었다고 밝혔다.

또 시나리오는 사고 발생 후 4시간 안에 복구를 마치고 열차를 정상운행하도록 했지만 이번 사고에선 9시간이 넘게 걸렸다.

서울메트로는 매 분기 매뉴얼에 따라 비상대응 훈련을 한다. 승무원들은 분기마다 6시간씩 안전교육도 받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못한 건 훈련과 교육이 관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서울시의 서울메트로 감사 결과를 보면 승무원 교육 때 출석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훈련비를 지급한 게 확인된다"며 "도시철도는 업무종사자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부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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