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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시신… 두 번의 장례… 슬픔도 두 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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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9 19:24:21 수정 : 2014-04-30 10: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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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생 기구한 장례식
빈소 차리고 조문객 맞이하다 DNA 검사 결과 불일치 통보
29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제일장례식장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이모(17)군의 빈소에 일주일이 넘게 놓여 있는 화환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물이 말라 울 수도 없었다. 일주일 넘게 주인 없는 빈소를 지킨 부모의 얼굴에는 슬픔만이 가득했다. 기다림이 길었던 탓일까. 빈소 앞에 놓인 조화마저 시들었다. 하얀 국화꽃도 꽃잎이 떨어졌다. 열일곱 앳된 소년의 영정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던 빈소에 그가 돌아왔다.

29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안산 상록구 제일장례식장 3층 한 빈소. 여느 장례식장과는 달리 찾아오는 조문객이 한 명도 없었다. 빈소 옆에 마련된 대형 식당도 텅 비어 있었다. 10여개의 조화가 아니라면 비어 있는 빈소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곳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이모(17)군의 빈소다.

이군의 장례는 기구했다. 지난 21일, 이군의 이름표를 단 시신이 인양돼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들어왔다. 간단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이군의 부모에게 인계됐다. 가족들은 친지와 친구들에게 슬픈 소식을 알리고 안산에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를 차리고 눈물로 조문객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튿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영안실 시신은 이군이 아닌 친구 A군인 것으로 유전자(DNA) 검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유족들은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생때같은 아들의 죽음도 믿을 수 없었는데 차가운 바닷속에서 겨우 찾아낸 시신이 아들이 아니라니. 정부에 대한 원망도 컸다. 유족은 이군을 찾을 때까지 빈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과 장례식장 측은 난감해졌다. 시신이 없는 상태로 차려진 빈소를 계속 유지하기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이를 강제로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 수색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하루 수십명의 희생자가 안산으로 옮겨지던 상황. 이 과정에서 도교육청과 장례식장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을 아는 처지에서 유족을 밖으로 내칠 수도 없었다.

하늘도 이군의 사연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29일 오전 0시5분쯤 이군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인상착의와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똑같았다. DNA 검사 결과도 이번에는 일치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이군의 어머니와 고모는 아침 일찍 팽목항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틀림없는 이군이었다. 보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아들의 싸늘한 모습을 어머니는 눈물로 보듬었다.

이날 오후 1시쯤 팽목항을 떠난 이군은 고향인 안산에 오후 늦게 도착했다. 빈소를 지키던 가족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선지 이군이 도착할 때까지 말을 아꼈다. 이군은 침몰사고 열나흘날 만에 겨우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식을 앞세운 참척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부모는 다시는 못 볼 아들을 붙잡고 밤이 새도록 울었다. 꿈 많은 청춘의 목숨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러워 이날 저녁부터 빈소를 찾은 문상객들도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안산=김영석·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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