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이들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특법상 1·2종 시설물 4만9630곳 중 7134곳(14.3%)이 안전 및 유지관리 계획도 수립되지 않았다. 아울러 2012년 실시됐어야 하나 안 된 시설물 점검·진단의 유형은 ‘정밀 안전진단’(31.4%)이 ‘정밀(11.2%)·정기(10.3%) 점검’보다 3배가량 많았다. 많은 지자체가 시설물 점검 시 안전진단·유지관리 전문기관(업체)에 맡겨야 하고 용역비가 많이 드는 정밀 안전진단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관리주체가 직접 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드는 정기·정밀점검을 선호했다. 이로 인해 보수·보강 후 안전등급이 상향된 시설물은 드문 실정이다.
예컨대 지난해 3월 현재 지자체 관리 교량 1971곳 중 최종 정밀점검 및 정밀 안전진단 결과 직전보다 안전등급이 올라간 교량은 196곳(9.9%)에 그쳤으며, 1496곳(75.9%)은 변함이 없었고 279곳(14.2%)은 오히려 떨어졌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재난위험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려면 시도지사 등 기관장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대부분 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에만 신경을 쓴다”며 “그러니 시설물 안전 관련 부서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일은 많은데 표가 안 나 대표적인 근무 기피 부서”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무원들의 상황 인식은 안이했다. 감사원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의 시설물 관리 담당 공무원 1652명과 관련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공무원의 86.8%가 ‘시설물에 대한 안전검검 활동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다’(적정 38.0%·대체로 적정 48.8%)고 답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31.2%만 ‘적정하다’(적정 6.2%·대체로 적정 25.0%)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근영 강남대 교수(도시건축공학)는 “‘선진국에선 시설물 안전관리에 30억원이 드는 사업을 우리는 1억∼2억원에 한다’고 할 정도로 안전분야 투자에 인색한 실정”이라며 “안전 예산과 전문인력이 적어 항상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공공·민간 영역 모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권이선 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