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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관리 복수화… 음악산업 환경 확 바뀐다

입력 : 2014-04-23 21:06:31 수정 : 2014-04-23 21: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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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저협’ 6월1일부터 본격 업무 시작
기존 ‘한음저협’과 복수 경쟁 체제로
우리가 항상 즐겁게 듣는 음악은 고통스러운 창작 작업의 결과다. 이런 창작에 작사, 작곡가가 뛰어들도록 하는 제도가 ‘저작권’이다. 독창적인 표현이 가진 가치를 법적으로 지켜줌으로써 창작자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저작권 관리는 단일단체의 오랜 독점체제로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줄곧 받았다. 50여년 동안 이어온 저작권 관리의 독점체제가 본격적으로 해체된다. 그동안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독점으로 운영했던 음악 저작권신탁관리업 분야가 오는 6월부터 복수 경쟁체제로 전환되는 것. 저작권 관리에 본격적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됨으로써 그동안 불투명했던 저작권 관리가 선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새로운 저작권협회 출범으로 본격적인 복수 경쟁시대 열어

가요계 저작권 분야의 경쟁에 뛰어들 신생단체는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음악 저작권신탁관리업 신규허가 대상자로 선정된 함저협은 다음달 중순 정식으로 허가가 나면 6월1일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1964년 협회 창립 이래 독점적으로 관리하던 음악저작권 분야는 본격적으로 경쟁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함저협은 이달 초 출범을 본격화하면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신탁 제도의 선진화, 징수 및 분배 업무의 효율성 극대, 차별화된 회원 복지제도 등을 통해 기존 한음저협과 경쟁관계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특히 야심차게 준비한 제도가 ‘신탁범위선택제’다. 신탁범위선택제란 저작재산권에 포함되는 공연권, 방송권, 전송권, 복제권 등을 어느 범위까지 신탁업체에 맡겨 운영할지 저작 권리자가 직접 정하는 제도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일부 개정법률안에도 이 제도 도입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수수료체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함저협 관계자는 “무조건 일괄적으로 수수료를 낮추기보다는 한음저협이 수수료를 높게 떼고 있는 영업장 사용료 징수액을 낮춰 받는 등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저작권 수입을 다양한 음악장르의 뮤지션들에게 고루 분배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2011년과 2012년 가장 많은 저작권 수입을 올린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의 수입은 각각 13억7300만원, 12억원에 이른다.

◆투명성, 효율성 높아질 계기… 복수체제 연착륙 위한 과제도 많아


음악저작권 관리에 복수 경쟁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음악산업 환경은 직간접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음악을 작사·작곡·편곡하는 창작자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권리를 맡기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됐다. 그동안 국내 음악계는 한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악계 전체 매출액은 2008년 2조6021억원에서 2013년 4조4419억원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저작권 징수액도 늘어 2013년 저작권을 통해 징수된 금액은 111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독점체제로 인한 창작자의 반발이 빈번했었다. 창작자의 의사를 무시한 획일적인 저작권 관리가 부작용을 일으킨 탓이다. 2002년에는 서태지가 한음저협이 자신의 곡 ‘컴백홈’을 패러디 가수 이재수에게 사용 승인한 것에 반발해 신탁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복수 경쟁 체제의 도입으로 이제 창작자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저작권관리체계를 선택해 저작권을 신탁할 수 있게 된다. 

오는 6월 ‘함께하는 음악저작인협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음악계는 본격적으로 저작권관리 복수 경쟁시대를 맞게 된다. 사진은 2002년 저작권 독점관리체계에 반발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탈퇴한 서태지.
저작권체제의 투명성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젊은 음악인들을 중심으로 독점체제에서의 저작권 사용료 징수체계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11년에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음저협의 징수금을 둘러싼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음악저작권 관리체제가 독점이다 보니까 투명성, 서비스의 질 등 여러 가지에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경쟁체제를 통해 국내 저작권 문화가 한 단계 성장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복수 경쟁이 국내 음악계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선결과제의 해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두 단체의 ‘저작권자 모시기’ 경쟁이 음원가격 상승 등 소비자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복수 단체의 경쟁이 국내 음악계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경쟁뿐 아니라 서로간의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협력체계도 구축돼야 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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