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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입·문제풀이식 교육 손질… 맞춤형 수업으로 흥미 높여야"

입력 : 2014-04-10 06:00:00 수정 : 2014-04-10 08: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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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수학 교육] (4회) 수학교육 정상화 방안 <끝>
“영어를 배우면 외국인을 만났을 때 써먹기라도 하지, 수학은 대학 입시가 끝나면 쓸모가 없다.” 수학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다. ‘사회에 나가면 쓸모 없는 수학을 왜 죽어라고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인류 문명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 온 수학에 대한 경외와 관심보다 기피와 저주가 넘쳐나는 형국이다. 하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수학적 감각’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다. 실생활이나 공공·민간 분야에서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 정보·통계 처리와 분석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 수학교육시스템에 대한 각성과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수학 흥미 제고 시급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수학의 가치와 흥미도 제고’에 초점을 맞춘 수학교육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정한 고등과학원 교수(계산과학부)는 9일 “모든 학생이 수학을 잘하거나 흥미를 느낄 수는 없다”며 “다만 수학을 못하거나 흥미를 못 느끼는 학생들도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어 할 만한 유익한 과목’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가르치는 게 수학교육 정상화의 근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겨스케이팅을 예로 들었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이 피겨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본인이 피겨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김연아 선수를 통해 피겨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학 흥미 제고 방안과 관련, “수학을 잘하고 싶어하는 학생들과 그러지 않은 학생들에게 맞춤형 수학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수학 평가의 주안점을 변별력 확보에 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학교 수학 시험이 성적의 우열을 가리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쪽으로 가야 학생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입식교육 강요하는 평가체제 개선

입시 당락 등 성적 순위를 좌우하는 수학과목의 비중을 좀 줄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등의 수학 평가체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선 중·고교에서는 채점의 객관성 논란과 업무 과다 등으로 중간·기말고사 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 해결력 측정 문제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능 수학 자체가 방대한 범위의 객관식·단답형 문제를 짧은 시간 동안 정확히 많이 풀도록 요구하는 탓도 크다. 그 결과 학생들은 사교육과 EBS(교육방송)교재를 붙들고 문제풀이 유형 습득에 올인하고 있다.

서울 신반포중 서재경 수학 교사는 “수학 교육이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 입시가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대입제도의 개선 없이 수학교육의 결정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동흔 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서울 숭문고 교사)도 “우리나라 수학교육과정은 ‘수능을 위한 교육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거의 모든 학교가 그렇게 학습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수학을 입시 중심에서 사고·논리·탐구중심 교육과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학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교 수학교사 출신인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최상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수학 잘하는 학생이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는 인식에다 전공에 상관없이 수능 수학은 높은 등급을 요구한다”며 “잠재력보다는 0.1점이라도 경쟁 대학보다 성적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의 관행이 수학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안 부소장은 수학 입시 부담 완화를 위해 학생들이 전공계열에 따라 필요한 수학 응시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학교육 지원 강화해야

당장 급한 ‘수학포기자’(수포자) 대책으로는 수준별 교육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학교마다 인력·시설·재정난으로 ‘양질’의 수준별 교육을 하는 곳이 드물다.

류희찬 한국교원대 교수(수학교육)는 “수학의 특성상 한 번 학습 결손이 발생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누적돼 멀리하게 된다”며 “기초 부진 학생 교육에 가장 효과적인 소그룹·개별 지도를 위해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는 “교육당국은 전담·원어민 교사를 두는 영어나 영재교육, 탐구·실험실습을 지원하는 과학과 달리 수학은 돈 안 들이고 하는 교과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 수학강사 한 명 둘 예산이 없어 수준별 수업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2011년 기준 교과목별 예산규모를 보면 영어 1193억원, 과학 92억원인 데 반해 수학은 16억5000만원에 그쳤다. 또 교육부는 수학교육팀을 없애고 영어교육팀만 두고 있다. 융합교육팀을 신설해 수학과 과학, 영재·스팀(STEAM·유합)교육 등을 맡도록 하면서 수학에 대한 지원 기반이 약화된 것이다.

수학교사 양성 과정의 체질 개선과 교사들의 협력수업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비교사들이 사고력과 창의력 수학을 요구하는 시대를 맞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대학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데다 고작 1개월의 교생 실습으로는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박성은 고양외국어고 수학교사는 “지금은 융합·토론교육이 중요해지고 학생들의 개인차도 심해 과거처럼 교사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교사들이 함께 모여 수학교수법을 연구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학습공동체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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