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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영유권 갈등 격화… 군사충돌 막는 ‘다자협의체’ 절실

입력 : 2014-04-08 20:08:12 수정 : 2014-04-08 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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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 새 시대를 연다] ① 지역안보협력의 외톨이 동북아
●3월 초 마쓰오카 일본 총리, CNN 인터뷰에서 독도에서의 군사훈련 방침 천명
●다음날 한국 정부, 마쓰오카 총리의 발언에 대한 항의 성명 발표
●다음날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 오키섬을 독도로 상정한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 방어훈련’ 실시
●3월 중순 한국 정부, 독도에 해군군함 상주 등 군 파견 결정
●다음날 일본 정부, 군대 파견 철회하지 않을 때는 모든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경고 설명 발표

일본 외무성이 공고한 일주일의 시한이 다가오는데도 한국 정부는 군대파견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대파견 조치를 더 서둘렀다. 다른 한편 물밑으로 일본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도하긴 했지만 무조건 군대파견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결렬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일주일의 시한이 다 지났다.


2009년 현직 판사가 쓴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의 한 대목이다. 이 소설에서는 막후 협상을 통해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인정하는 대신에 한국은 일본에 독도 개발권을 나눠주는, 우리로서는 치욕적인 방식으로 매듭이 지어진다.

과연 현실에서는 어떻게 될까?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놓고 일전(一戰)을 치를 것인가, 아니면 대화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곳곳이 지뢰밭인 동북아

사실 동북아시아지역에는 독도 외에도 역내 구성국의 대립과 갈등을 격화시켜 최악의 경우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현안이 수두룩하다. 한·일은 독도와 일본군위안부와 같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고 있다. 중·일은 이미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제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양국의 전투기가 충돌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연출했다.

한·중 간에도 이어도 관할권과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통일 후 간도(間島) 영유권, 고대사 문제는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는 갈등 요인들이다. 일·러시아는 해묵은 북방 4개 도서(島嶼) 영유권 문제로 반목하고 있다.

성공회대 이남주 교수(중국학)는 “지역 갈등은 역내 국가가 공동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개별 국가 간 힘의 대결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며 “동북아에서는 가장 민감한 영토, 영유권 분쟁을 지역차원에서 함께 해결하지 못하면 힘의 대결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북아에는 양자 현안 외에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다자 차원의 위협요소도 널려 있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패권경쟁이 가시화하고 있어 역내 구성국의 안보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북한은 역내 모든 구성국에 골칫거리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역내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이 핵 능력 강화를 통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되면 동북아 안보 균형이 무너진다. 이는 일본의 핵무장 등 동북아 핵 도미노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의 불투명한 국방비 지출 급증과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 같은 대국주의 행보는 중국위협론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사 청산 없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 추진과 우경화 경향은 일제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주변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역내 국가들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갈등이 격화하면 각자 군비경쟁에 나서는 ‘군비증강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결국 역내 상호불신은 안보협의는 물론이고 쓰나미(지진해일), 급성전염병, 해적 문제와 같은 공동의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에서 다자안보협력체 출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다자안보협력체는 참여국 간 갈등 조짐이 군사적 충돌로 진전되지 않도록 하는 완충역할을 한다.

경찰 독도 경비대원이 망원경을 들고 해상을 감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동북아, 다자안보 사각지대


세계 어느 지역이나 갈등 요인들은 있다.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다자안보협력의 틀을 만들어 냈느냐, 아니면 갈등 관리 기제를 만들어 내는 데 실패했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반면 동북아는 다자안보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역내 갈등 완화와 충돌 방지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6·25전쟁과 같은 참담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셈이다. 특히 우리는 외교안보상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이중구도가 뚜렷해지고 있어 한·미와 한·중 관계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미 동맹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로서는 기존 양자협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다자협력의 틀을 창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지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유럽 내 소국이 나름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다자안보협의의 틀이 있고, 이 다자의 틀이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완충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북아에는 집단안보체제라는 완충장치가 없어 양자 간에는 불신하고, 진영 간에는 흑백의 논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 수단으로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적극적 중재로 실현된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국민정서상 일본의 과거사·영토 도발이 지속되는 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 힘든 입장이다. 설사 한·일 관계가 개선된다 해도 안보협력 강화는 중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지정학적 곤경에서 탈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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