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권력 남용도 도 넘어 허재호 대주그룹 전 회장에 대한 일당 5억원짜리 노역 판결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가장 전형적인 예로 지목된다. 재벌총수에 대한 관대한 처분 수준을 넘어 국민 법감정을 거스르는 이러한 판결은 사법 당국은 물론 법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입법과정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국회가 본분을 망각하고 있고, 이를 감시해야 할 행정기관과 사법기관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하니 국민의 준법 의식도 떨어지는,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법조언론인클럽이 공동개최한 ‘박근혜정부 출범 1년과 법치주의’ 토론회에서도 법치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데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공감했다. 민경한 대한변협 이사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정부는 집권 후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공권력을 남용해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며 “검찰과 국정원, 대법원, 행정 각 부처에서 너무 쉽게 법을 위반하는 데다 언론도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못해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법치를 회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공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꼽았다. 고 교수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고 법을 지킬 때 손해 보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법치주의의 근간을 회복할 수 있다”며 “특히 법망이 거미줄처럼 허술해 힘이 센 참새는 뚫고 나가고 약한 잠자리만 걸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성진 전 법무부장관은 “사법 운영의 엄정함과 입법부와 정치권의 각성, 국민의 법에 대한 바른 인식 고취, 한국의 법문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 없이는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 없다”며 “특히 엄정한 사법제도의 운영이야말로 인권과 공공질서의 조화를 통한 법치주의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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