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삼성그룹이 TV에 내보낸 광고 속 한 장면이다. 부산행 고속열차에 올라탄 30대 후반의 남자를 배경으로 “오늘은 제가 자란 옛 집을 찾아가는 날”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가 부산의 한 수녀회에 도착하자 원로 수녀 한 분이 마치 아들을 기다린 어머니처럼 반갑게 안아준다. 광고 속 남자는 이곳 수녀회가 운영하는 소년의 집에서 성장해 삼성에버랜드에 17년째 근무하는 이모 대리(당시 37세)였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수녀회에서 성장한 그가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했으니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대리와 같은 수녀회 출신으로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400명 가까이 된다.
# 걸어온 길
마리아수녀회는 1957년 첫 선교지를 한국으로 택한 미국인 소 알로이시오 신부(본명 알로이시오 슈월츠·1930∼1992)가 1964년 8월15일 창립했다.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고아와 도시 빈민을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각오였다. 수녀들은 창설자 뜻대로 창립 때부터 가정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하고 최상의 기술교육을 시켜 ‘준비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도왔다. 현재 2만명 가까운 졸업생들이 사회 도처에서 성공적 삶을 살고 있다.
예언자적 비전을 지녔던 소(슈월츠 발음에 가까운 한국 성) 신부는 1984년 태아 생명 보호운동과 함께 미혼모 보호사업에도 착수했다. ‘자녀를 적게 낳자’는 가족계획을 국가적 시책으로 추진하던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펼친 생명운동 덕분에 살려낸 생명이 4354명에 이른다.
현재 마리아수녀회는 3∼18세의 남자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소년의 집’, 3∼18세의 여자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송도가정’, 영아보호시설인 ‘마리아 꿈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수녀=엄마’란 말이 실감난다. 혼자 여러 명의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려니 여느 가정 주부처럼 몸도, 마음도 분주하다. 지금도 매일 다정한 ‘엄마’의 보살핌 속에 미래를 준비하며 교육받고 있는 아이들이 전 세계 2만여 명에 이른다.
1980년대 말에는 개발도상국인 필리핀에 한국 수녀들을 파견했다. 이어 1990년대에는 멕시코·과테말라, 2000년대에는 브라질·온두라스에 각각 진출해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기숙기술중·고등학교를 운영해 오고 있다. 전 세계 마리아수녀회 ‘소년의 집’을 졸업한 학생 수는 현재 10만2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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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수녀회는 가난하고 혼자가 된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지난 50년 동안 봉사의 삶을 살았다. 마리아수녀회 소년의집 재학생들 마리아수녀회 제공 |
소 신부는 1980년대 후반 필리핀 마닐라교구장 하이메 신 추기경의 적극적 요청으로 필리핀에 진출하게 되는데, 마리아수녀회는 이를 계기로 소 신부 사후 1993년 마닐라교구 관할 수도회로 수녀회 인가를 받았다. 이어 2000년에는 교황청 직속 수녀회가 됐다. 현재 마리아수녀회 수녀는 한국에 147명이 있다. 나머지 124명은 필리핀·멕시코·과테말라·브라질·온두라스 등 5개국에 있다. 그들은 ‘소년의 집’과 ‘소녀의 집’, 의료시설 등에서 불우한 어린이와 청소년, 도시 빈민들에게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본원이자 분원이기도 한 한국 마리아수녀회는 이제 또 다른 ‘반세기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 50년이 생명을 구한 세월이었다면, 다가올 50년은 ‘생명을 꽃피우겠다’는 각오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야기된 심리적·정서적 빈곤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상담치료센터를 설립해 운영에 들어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자세로 18세 이후 자립해 나간 이들마저도 끝까지 보살피며 정신적 힘이 돼 주고 있다. 이곳 졸업생들은 형제 이상의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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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을 돌보는 수녀. |
마리아수녀회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한 테레사 수녀는 “마리아수녀회와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창립자의 정신을 수녀들 각자가 재확립해 마음을 다잡아 50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구상하고, 창립자가 그랬듯 봉사와 헌신의 자세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서 영원한 엄마요, 친구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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