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2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원혜영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버스공영제를 가장 먼저 제안한 원 의원은 “경기도는 물론 부산, 전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버스공영제 논의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며 “무상버스 공약은 허구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자인 김상곤 전 경기교욱감이 내세운 ‘무상대중교통’ 공약을 비판한 것이다. 이날 오후 2시 같은 당 경기지사 경선 후보인 김진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세 모녀 비극 방지 기본소득법’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라며 “입법을 통해 비수급 빈곤층 238만명에게 1인당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고 2018년까지 3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6·4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심성 공약’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일단 공약부터”… 재원은 차차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1호 공약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노인층 공략에 나섰다. 유일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0일 “65세 이상 어르신의 독감예방 무료 접종을 모든 병·의원에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종범 정책위 부의장도 “치매예방재활센터를 매년 50곳씩 확대해 4년간 200곳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두 공약 실천에만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새누리당은 노인 독감 무료 예방접종의 경우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하면 되고 치매예방재활센터는 연간 예산이 300억원 정도여서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서민과 대학생을 상대로 한 공약에 집중하고 있다. 당 정책위는 지난달부터 저소득층 교복값 지원, 교통·통신비 경감, 출산비 지원, 대학입학금 폐지 등 ‘국민생활비 부담 경감대책’ 5가지를 연이어 쏟아냈다.
장병완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대 100만원이 넘어가는 입학금 폐지 법률안을 제출하겠다”며 ‘국·공립대학은 즉각 폐지, 사립대학은 3년 내 폐지’를 약속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국가 부담 고등교육 재정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국내총생산(GDP)의 1.1%까지 늘리겠다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재활용도 불사”… 재탕 삼탕 공약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30조원이 들어가는 ‘용산개발 프로젝트’를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7월 총 연장 85.41㎞ 노선을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경전철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8조원의 예산이 필요한 이 경전철 사업은 2008년 오세훈 전 시장이 처음 추진했다가 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 예산 및 사업 타당성 부족 등으로 전면 보류된 사업이다. 박 시장이 표심을 의식해 ‘죽은 공약’을 되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지역에서는 선거 단골 메뉴인 남부권·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시장 출마자들은 여야 구분 없이 앞다퉈 동남권 신공항(가덕도)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사업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공사비 조달이 어렵고 항공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폐기된 사업이다.
호남에서는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KTX 노선을 놓고 경쟁이 뜨겁다. 광주에서는 강운태 시장 등 다수 후보자가 송정역뿐 아니라 광주역에도 KTX 일부를 진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KTX의 나주역 경유에 관해 후보 간 공약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달콤한 유혹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후보자의 역량 부족과 유권자의 이해관계가 고리가 돼 선거 때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행정정책학)는 24일 통화에서 “의미 있는 정책을 개발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후보자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유권자에게 솔깃하게 들리는 정책이 양산된다”며 “보편적 복지나 ‘무상, 공짜’를 내건 공약들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유권자로서는 사탕발림 같은 공약이 현실적인 공약으로 들리게 마련”이라며 “당장 비교해볼 수 있는 객관적 공약이 드문 상태에서 선심성 공약이 달콤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후보자들은 선거공약서에 각 사업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 절차·기한, 재원조달 방안을 게재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며 “유권자가 후보자 공약을 직접 평가, 감시하고 견제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준·홍주형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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