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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대학 수술’ 집도의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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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9 06:00:00 수정 : 2014-03-19 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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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자발적 구조개혁 위해 등록금 상한제 없애야”
교육부가 올해 대학 구조개혁을 주요과제로 선정해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생보다 대입 정원이 많아지는 ‘대입정원·학령인구 역전’도 이유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대학 구조개혁의 중심에 포스텍 전 총장인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있다. 말하자면, 백 위원장은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대학 수술’ 집도의다. 대학에 어떤 잣대를 들이대 군살을 얼마나 제거할지가 그의 ‘손’을 거쳐 결정되는 것이다.


백 위원장은 1986년 포항공과대(포스텍) 설립 멤버이자 2007년부터 4년간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포스텍을 세계대학순위 28위에 올려놓은 대학행정 전문가다.

지난 1월 27일 제4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으로 위촉된 그는 “우리나라 대학 학부교육은 구시대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 구조개혁은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14일 백 위원장을 만나 대학 구조개혁의 당의성과 추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 거센 비난도 감수해야 할 텐데 위원장이 된 소감은.

“포스텍에서 29년째 교수로 근무하면서 지방 소재 대학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고, 그런 속에서 (포스텍을)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교수를 하면서 우리나라 학부교육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그 정도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그러다 이명박정부에서 국가 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회 분과위원장을 맡게 돼 정부 시책에 눈 뜰 기회가 생겼고, 대학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소신을 갖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는가.

“교수의 경쟁력이 곧 대학의 경쟁력이다. 교수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 봉사 3가지인데, 우리나라 교수의 교육 경쟁력은 기본도 갖추지 못했다. 학생과 교수의 비율, 전임교원 확보율 등 교수충원율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준다고 해서 교수 수까지 줄이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학생 수가 줄더라도 전임교원 확보율만 충족할 수 있으면 학부교육도 선진국 수준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어마어마한 재정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다.”

―복안이 있는 것인가.

“등록금 의존율이 60%가 넘는 우리나라 대학의 취약한 재정구조가 걸림돌이다. 대학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을 정부가 다 댈 수는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다. 국민과 언론, 시민단체, 교수 모두 이 시점에서 왜 대학 구조개혁이 필요한지 충분히 납득해야 한다. 구조개혁위원장으로서 대학을 평가해 학생수를 감축하는 것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등록금상한제는 없애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에 수반되는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 지역 산업체 모두 나서야 하지만, 무엇보다 대학 자체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지만 현재 시행 중인 등록금상한제와 반값등록금 정책은 대학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구조개혁 노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도입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구조개혁을 위해 등록금상한제만이라도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에서는 정부의 구조개혁 방안이 지역이나 대학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적용한다고 불만이 많은데.

“이번 구조개혁은 몇개 대학만 참여해서는 성공할 수가 없다. 서울대를 비롯해 모든 대학이 참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사실 대학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2009년에도 고교생 졸업생 숫자가 대학 정원보다 부족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때는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수도권대학은 비대해지고 지방대와 전문대는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앞으로 닥칠 위기는 이보다 더할 것이다. 또다시 시장에 맡겼다가는 대학 교육은 황폐화될 것이다. 정부가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 평가지표에는 정성평가가 포함돼 있다. 기존 대학평가 방식은 획일적인 정량평가가 주가 됐는데, 이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교육적 방식이다.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잘 결합해 전문대와 일반대, 지방대와 수도권대, 국립대와 사립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평가를 하겠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이 지방대와 전문대를 차별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서울의 대형화된 중하위권 대학보다는 지방대학이 소신있게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지방대 중에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교육의 본질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자율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살아남기 힘든 면이 있었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대로 평가받는다면 지방대라도 좋은 학생을 받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평가항목을 몇 가지 예시한다면.

“지금까지 대학 평가에서 많이 나온 것이 취업률인데, 취업률만 따지게 되면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교수의 네트워크도 대부분 수도권 중심이고. 대학 구조개혁은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본질 회복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고등교육이 가야 할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학부교육은 1년 반의 기초교육과 2년∼2년 반의 전공교육으로 나뉜다. 이 두 부분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평가할 것이다. 학사관리·강의평가가 제대로 되는지, 학점 인플레는 없는지도 볼 것이다. 지금은 학점 인플레가 너무 심각해 기업에서 볼 때 대학 성적표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학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미국 대학은 철저히 상대평가로 학점을 준다. 학점을 보면, 어느 대학이든 간에 어느 정도의 전문지식을 쌓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 학점은 이런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 대학의 연구력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학부교육이 제대로 안 되면 대학원으로 인재가 가지 않고, 대학원이 부실하면 연구력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대학 평가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실대학은 스스로 문 닫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교육사업에 뛰어든 분들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교육사업을 이어갈지) 생각해보고, 손을 떼겠다고 하면 명예스럽게 퇴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대학을 세운 수십년 전과 지금은 교육 사업의 인식이 바뀌었고, 본인의 투철한 사명감과 상당한 재정적 부담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개인적으로 정치권에서 퇴로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장 시절에 영어수업 확대와 정년보장교수 심사 강화를 추진하면서 내부 진통도 만만찮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했나.

“포스텍 설립 20주년 되던 해 대학은 ‘2020’을 선언했다. 2020년에 세계 20위권에 오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당시 포스텍은 세계 200위 정도였다. 총장이 되고 나서 세계 20위권 대학을 봤더니 답이 나오더라. 세계 어디서든 오고 싶은 대학이 되려면 영어강의 수준이 아니라 대학 전체가 영어 공용화를 할 수밖에 없다. 또 20위권 대학은 논문 편수로 교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논문이 얼마나 좋은 저널에 실려 얼마나 많이 인용됐는지가 중요하다. 연구비도 얼마를 따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구 결과가 얼마나 상품화됐으냐가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근본적인 개혁을 했다. 총장 취임 초기에는 저항도 있었고, 불평도 많았지만 세계 20위권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

대담=지원선 사회부 선임기자, 정리=윤지로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1949년 수원 출생(65) ▲서울대 금속공학 학사 ▲미국 코넬대 재료공학 박사 ▲포항공대(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장 ▲포스텍 총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위원장 ▲제4대 대학구조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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