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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사태 후폭풍에 세계경제 ‘살얼음판’

입력 : 2014-03-17 20:07:06 수정 : 2014-03-18 0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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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결행되던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은 이날 앞다퉈 서방 은행에서 수십억달러를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측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에 대비해 ‘실탄’을 챙긴 셈이다. 국제금융가에서는 경제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서방의 경제제재가 러시아의 보복조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경우 글로벌 무역, 투자, 에너지부문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발 후폭풍에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전쟁 불붙나


일단 열쇠는 미국과 EU 회원국 등 서방 국가들이 쥐고 있다. 미국과 EU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에 돌입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를 비롯해 러시아 관리와 정치인들 7명에게 자산동결 등 금융제재를 가했다. EU 외무장관 회의는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러시아인 13명과 크림공화국 출신자 8명에 대해 자산동결과 여행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했다. 제재 리스트에는 러시아와 크림공화국 정치인 등이 포함됐으나 러시아 고위관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U 소식통들은 오는 20∼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추가로 러시아 고위인사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신용거래 라인 폐쇄, G8(주요 8개국)에서 러시아 추방 등의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서방 측은 그러나 신냉전과 러시아 인근 지역 경제마비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러시아 인사 개인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도 러시아 기업에 대한 제재와 무역거래 중단이나 무역협상 백지화 등의 초강경 카드를 유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불 작전을 동원할 태세이다. 러시아가 쥐고 있는 카드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이다. 유럽 국가들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25%가량이 러시아에서 나온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의 스위치를 잠그면 국제 에너지 시장이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면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회복세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가 곡물 수출을 중단하면 국제 곡물 가격이 뛰게 된다.

◆러시아 경제 치명상 당할 수도

그러나 양측이 경제전쟁을 불사하면 서방 국가들보다 러시아가 더 심각한 치명상을 입게 된다. EU의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러시아의 EU에 대한 수출은 GDP의 15%에 달한다. 서방 측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 러시아의 루블화가 폭락하고, 외국 자본이 러시아에서 탈출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이미 지난 1, 2월에 330억달러가 러시아에서 빠져 나갔고, 이달 말까지 550억달러가 이탈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과 선뜻 일전불사하려 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트로브 탤벗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장은 그러나 “러시아 금융부문이 국제 경제 시스템과 깊숙이 연결된 상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압력을 높이는 수단인 동시에 세계경제에 대한 위험요인이기도 하다”라고 진단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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