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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변호사, 국민신뢰 회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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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등 비리 급증 “법률 장사꾼” 여론
국민 신뢰도 바닥 자정 특단대책 필요
“조영래가 가는 곳만 따라다니면 그곳에 진실이 있었고 정의가 있었고 승리가 있었습니다.” 인권변호사 홍성우의 조영래 변호사 추도사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조영래의 변호에는 작은 진실에의 열정이 있었고 당해본 사람들의 아픔을 알아보는 눈과 가슴이 있었다. 조영래는 억울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되었다”며 조영래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1990년 43세에 요절한 조영래. 그의 변호사 생활은 8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거인처럼 큰 족적을 남겼다. 자신의 안위는 애초 그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약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인권, 정의, 평등의 가치를 변론하는 데 온몸을 던진 그다.

변호사의 사명은 무엇인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변호사법 제1조에 그렇게 나와 있다. 조영래야말로 변호사의 사명에 충실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의무)를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가 진보, 보수 진영 모두에게서 존경을 받는 연유다. 우리나라 변호사 역사에서 조영래만큼 거룩한 이름이 또 있을까.

조영래가 살아있다면 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변호사가 급증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2012년에만 전년 대비 45%가 늘어난 544명이 각종 비위 혐의로 기소되었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도 49명이나 된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의뢰인 공탁금 횡령, 범인 도피 방조, 음주 뺑소니, 미성년자 성매수…. 법을 수호해야 할 변호사들의 탈법 행각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국민 신뢰도가 바닥권을 벗어날 길이 없다.

‘변호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유익한 것을 도덕적으로 선하게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지향해야 할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후계자로 자처하는 변호사들이 이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변호사들의 일탈은 등록 변호사가 1만4000명을 넘는 가운데 로스쿨 등을 통해 매년 2000여명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돼 경쟁이 치열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먹을 게 적어지니 법보다 밥이 더 중요해졌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도가 지나친 감이 있다.

김환기 논설위원
문제는 변호사들의 자정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징계라 해도 대부분 100만∼2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실정이다. 솜방망이 징계가 비리를 키운다는 건 상식이다. 14년 만에 이뤄진 ‘변호사윤리장전’ 개정도 실망감을 던져준다. 전관 변호사의 불공정행위 규제를 강화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신설할 방침이던 ‘사내변호사의 기업비리 고발 의무’ 조항을 사내변호사회와 재계의 반대에 굴복해 삭제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기업 풍토의 투명성을 높일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린 탓이다. 사내변호사의 기업비리 보고를 의무화한 미국에서 기업비리가 현저히 줄어든 것은 시사점이 크다. ‘성공보수 선수령 금지’ 조항을 폐지한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성공보수를 미리 받아 놓지 않으면 승소 후 받기 어렵다는 변호사들의 민원을 수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공보수는 승소했을 때 주고받는 게 정상 아닌가. “직역 이기주의에 치우쳤다”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법조삼륜의 한 축인 변호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법의 안정성이 무너져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무엇보다 변호사는 국가지도층의 최대 인재풀이다. 검찰총장이 변호사 출신이다. 변호사가 대통령, 대법원장이 됐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올해부터는 법조 일원화 시행에 따라 변호사의 판사 임용이 크게 늘어난다. 변호사의 도덕성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변협은 징계를 강화해 비리 변호사를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변호사 윤리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변호사가 ‘법률 파수꾼’이 아니라 ‘법률 장사꾼’ 소리를 들어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은 제2, 제3의 조영래를 보고 싶어 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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