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최초 캐나다와 FTA 타결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빼면 주요국과 FTA를 맺지 않고 있어 이번 협상 타결로 한국은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차지할 기회를 잡았다. 캐나다는 일본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고, EU와는 지난해 협상을 잠정 타결했으나 추가 협상문제로 발효가 미뤄지고 있다. 우리가 FTA 발효를 서두른다면 적어도 수년간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경제영토를 캐나다까지 확장한다면 세계 14개 경제대국 중 9개 나라에 걸친 FTA 네트워크를 구축, ‘무역 허브 국가’로 국격이 다시 한번 높아지는 성과도 기대된다. 자원부국인 캐나다와 에너지 분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진 점도 큰 성과다. 캐나다는 석유 생산량이 세계 6위인 자원대국인 데다 천연가스(생산량 4위)와 우라늄(〃 3위)도 풍부하다.
이번 협상 타결로 캐나다는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 6.1%를 발효시점부터 24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캐나다에 생산공장을 둔 미국, 일본 완성차 업체와 어깨를 견주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캐나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미국산 44.5%, 일본산 33.6%, 한국산 12%, 유럽산 9.9%인데, 관세가 사라지면 우리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0만9549대를 수출한 현대·기아차가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캐나다 FTA로 향후 관세가 철폐되면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완성차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업체들의 캐나다 내 글로벌 업체로의 수출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국내 공장이 100% 가동되고 있음에도 공급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당분간 수출물량을 늘릴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물량을 추가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연이은 시장 개방에 축산농가 피해 우려
캐나다와의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현재 캐나다산 쇠고기에 물리는 40%의 관세를 해마다 단계적으로 낮춰 15년차에는 완전 철폐해야 한다. 작년 기준 쇠고기 수입시장에서 캐나다산이 0.6%를 차지한 현실에 비춰 시장 개방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미국, 호주, 캐나다에 연이어 쇠고기 빗장을 푼 점이 농가 반발을 사고 있다. 한·미 FTA로 미국산은 해마다 관세가 낮아져 지난해 34.7%까지 점유율을 넓혔다.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산은 FTA 비준만 통과되면 당장 관세 인하에 들어간다. 광우병으로 수입금지 조치를 받기 전 캐나다산은 3%까지 점유율을 넓힌 전력이 있다. 한국과 FTA를 서두르고 있는 뉴질랜드도 8.8%를 기록, 향후 시장이 개방되면 무시할 수 없는 국가다. 양돈농가 타격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캐나다산 돼지고기는 수입 물량으로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고, 금액 기준으로는 네번째였다. 돼지고기는 FTA 발효 후 22.5∼25%의 관세를 5∼13년에 걸쳐 철폐해야 한다.
황계식·정재영 기자 cul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