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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고조선은 신화의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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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0 21:24:12 수정 : 2014-03-10 21: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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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천문기록을 컴퓨터로 증명
‘환단고기’ 내용 중 일부는 진실
학창시절 배운 국사 교과서에서 BC 2333년 왕검이라는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한 후 고구려가 건국될 때까지는 내용이 거의 없는 ‘블랙홀’이다. 따라서 만일 고조선이 신화의 나라에 불과하다면 우리 역사는 2000년밖에 안 된다. 일본 역사보다도 짧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의 블랙홀 한복판에 천문관측 기록이 있다. ‘환단고기’의 ‘무진오십년오성취루’ 기록이다. 이 기록은 한자로 ‘戊辰五十年五星聚婁’같이 적는다. 여기서 ‘무진오십년’은 BC 1733년을 말하고 ‘오성’은 물론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을 말한다. ‘취’는 모인다는 뜻이고 ‘루’는 동양 별자리 28수의 하나다. 즉 이 문장은 ‘BC 1733년 오성이 루 주위에 모였다’같이 해석된다.

이 기록을 처음으로 검증해 본 천문학자는 라대일 박사와 박창범 박사다. 그 검증 결과는 논문으로 작성돼 1993년에 발행된 한국천문학회지에 실렸다. 나는 큰일을 해낸 두 후배 천문학자가 너무 자랑스럽다. 안타깝게도 라대일 박사는 요절했다.

이 기록을 천문학적으로 확인하는 데 슈퍼컴퓨터 같은 대단한 장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나도 천문 소프트웨어를 노트북에서 돌려봤다. 그 결과 BC 1734년 7월 중순 저녁 서쪽 하늘에는,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화성·수성·토성·목성·금성 순서로 5행성이 늘어서 ‘우주쇼’를 연출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오차가 1년 있기는 하지만 4000년 전 일을 추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바로 오성취루라고 봐야 한다. 그 당시 달력이 어땠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28수 중 ‘루’가 아니라 ‘정’ 옆에 모인 것도 4000년 전 28수가 지금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똑같으면 이상한 것 아닌가. 중요한 사실은 5행성이 모였고 옛 기록이 옳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보름 이상 계속됐기 때문에 장마철이었어도 고조선 천문학자들이 놓쳤을 리 없었다.

오성취루 같은 천문현상을 임의로 맞추거나 컴퓨터 없이 손으로 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BC 1734년 우리 조상들은 천문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천문대를 가진 고조선은 고대국가였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고조선을 신화의 나라로 치부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최근 오성취루 기록이 남아있는 ‘환단고기’를 놓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혐오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극한대립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무엇이든 흑백논리로 몰아가는 유행병이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어느 경우든 ‘환단고기’를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채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옛날에는 복사기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일이 옮겨 적었다. ‘환단고기’의 내용 중에는 후세 사람들이 옮겨 적으며 추가한 부분, 즉 ‘가필’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 가필됐다 해서 ‘환단고기’를 쓰레기 취급하는 일에는 동의할 수 없다. 과연 이 세상에 전혀 가필되지 않은 경전이나 역사서가 있을까? 아마 파피루스도 가필됐을 것이다.

왜 ‘환단고기’에만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까? 과연 그 많은 내용을 한 사람이 다 창작해낼 수 있었을까? 언뜻 생각해봐도 ‘환단고기’ 내용이 전부 엉터리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내용 중 일부는 진실일 수 있는 것이다.

태극기를 만든 태호복희는 중국에서 거의 신이나 다름없이 숭배를 받고 있다. 유일하게 ‘환단고기’만이 태호복희가 고조선 이전 배달국 사람이라고 정확히 기술하고 있다. ‘환단고기’가 없으면 태호복희는 중국 사람이 되고 5500년이나 된 우리 태극기는 중국제가 된다. 민족의 수호신 치우천황도 중국 사람이 돼 ‘붉은악마’는 중국 응원단이 되는 것이다.

태호복희와 치우천황은 ‘환단고기’의 환국-배달국-고조선 역사 중 배달국 부분에 해당된다. 앞에서 ‘오성취루’로 증명한 바와 같이 고조선은 신화의 나라가 아니다. 배달국 역시 홍산문명유적 등 여러 가지 증거 때문에 신화의 나라가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환국은 여전히 신화의 나라로 여겨진다. 환국의 무대였던 시베리아는 8000∼9000년 전 분명히 지금보다 더 온난했으며 원시인들의 이동도 생각보다 훨씬 멀리, 빈번하게 이뤄졌을 수 있다. 하지만 석기시대에 러시아 크기의 ‘나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 그리고 그 ‘나라’를 7명의 환인이 3301년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것도 믿기 어렵다.

우주의 역사는 성경에 적힌 그대로라면 6000년 정도다. 하지만 ‘과학적’ 신자들은 그것을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실제로는 약 138억년이라 믿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환단고기’가 곧 ‘구약’이나 마찬가지인 민족종교의 ‘과학적’ 신자들도 냉철해야 한다. 저자와 다루는 시대가 완전히 다른 5권의 책들이 똑같은 신뢰도를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화적 색채가 강한 부분을 구분해 주는 것이 오히려 역사적 색채가 강한 부분을 살리는 길이 아닐까….

나 같은 일반인이 보더라도 환국을 우리가 세운 첫 나라라고 선언한 ‘환단고기’ 정신은 정말 하늘보다 높게 느껴진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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