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는 지금] AIPAC 위상·영향력 퇴조

관련이슈 세계는 지금

입력 : 2014-03-09 20:44:14 수정 : 2014-03-10 00:23:19

인쇄 메일 url 공유 - +

미국을 움직이던 유대 로비단체 파워 ‘예전 같지 않네’
2∼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의 중심 워싱턴은 들썩였다. 시내 주요 호텔은 빈 객실을 찾을 수 없었고 정치권 이목은 워싱턴컨벤션센터에 쏠렸다.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에이팩) 연례총회 때문이었다. 비영리 로비단체인 에이팩은 미국 유대인들이 1951년 건국한 지 3년밖에 안 된 이스라엘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정치·경제·사회·문화계의 주류를 차지한 650만 유대인 인맥과 이들이 기부한 수백억원을 바탕으로 에이팩은 세계 최강 미국의 외교·경제 정책까지 좌지우지하는 ‘800파운드 고릴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기업)로 우뚝 섰다.

◆거물급 정치인도 설설 기는 슈퍼파워

연예산 7000만달러, 상근직원 200명을 거느린 에이팩 총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북적거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총회 주제별 프로그램 연사는 300여명이고 참석자도 1만4000명이 넘었다. 미국 50개주 에이팩 회원들은 물론 각 인종·종교 대표자와 일반 시민이 모여 이란 핵 협상과 중동 평화협상 등 현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에이팩이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들의 한풀이 장’이라는 비판을 감안한 듯 491개 초·중·고교, 대학 재학생 2200명이 참석한 것도 이번 총회의 특징 중 하나였다.

미 연방의회 상·하원 의원 350여명도 얼굴을 비쳤다. 전체 의원(상원 100명, 하원 435명)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한 것이다. 거물 정치인도 많았다. 2008년 대선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에릭 켄터 공화당 원내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다. 민주당에서도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과 스테니 호이어 원내총무, 찰스 슈머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에이팩은 주로 연방의원 선거 전 친유대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을 대고 반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일 경우 낙선운동을 벌이는 전략으로 정치권을 제 편으로 끌어들인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대계 단체들이 1990∼2006년 선거 후보자들에게 5680만달러를 후원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아랍계 후원금은 80만달러 정도였다.

한 해 미국 정치권에 대는 돈만 30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에이팩은 지난해 297만7744달러를 정치자금으로 뿌렸다. 2012년에는 276만1388달러였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007∼2012년 연방의원 5명 중 3명이 에이팩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했다.

◆반유대 확산으로 에이팩 영향력 잃어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2일 개막식장에는 빈 의자가 눈에 띄었고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설에 대한 객석 반응과 취재 열기도 예년만 못했다. 무엇보다 총회장을 찾은 버락 오바마 정부 인사들의 중량감이 떨어졌다. 관례적으로 개막연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나”라고 외쳤던 미국의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 최대 성과로 꼽고 있는 이란 핵 협상 잠정타결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계속 ‘딴죽’을 걸고 있는 탓이다.

집권 1기 내내 일부 유대인들로부터 ‘반유대주의자’란 비판을 받았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그간 담아놨던 독기를 여과 없이 쏟아내는 듯 보인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하루 전인 2일 미국의 대표 유대계 매체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미 의회에 이란 추가 제재안 같은 법안 통과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3일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에서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 등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상을 방해하는 ‘재’를 뿌린다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로부터 ‘왕따’가 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정부의 에이팩 홀대는 미국에서 점차 세를 넓혀가는 반이스라엘 정서와 관련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엄연히 미국인인 에이팩이 이스라엘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까지만 해도 미국이 호전적인 아랍국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는 이스라엘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지금은 세계 13위 군사대국이자 27위 경제대국이 왜 매년 미국으로부터 31억달러를 지원받아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 뉴리퍼블릭의 존 루디스 편집장은 최근 FP 기고문에서 “에이팩의 영향력 퇴조와 위상 추락은 이스라엘 강경파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와 복종만을 강요하는 폐쇄적인 지도부 등에 기인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지지 및 미 공화당에 편중된 로비 활동 지양 등으로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