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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쏟아지는 졸음…만성피로가 아니라 기면증?

입력 : 2014-03-09 21:18:10 수정 : 2014-03-10 00: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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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분간 발작적으로 잔 뒤 정신 차려
한두 시간 지나 또다시 졸린 증세 보여
국내 환자 수 8만여명… 매년 25%씩 ↑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고 20대 가장 많아
정부, 2009년부터 난치성질환으로 지원
“푹 자보는 게 소원”이라며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학업과 업무, 회식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잠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양제와 같다. 적정 수면시간인 6∼7시간을 자지 못하는 이에게 일상은 뻣뻣한 근육처럼 무겁게 흘러간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초·중·고등학생 95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중학생 7시간, 고등학생 5시간30분으로 나타났다. 2011년 한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평균 수면시간도 6시간10분으로 권고 기준보다 짧았다.

이 때문에 갑자기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내가 혹시 기면증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실제로 기면증 환자는 매년 약 25%씩 증가하고 있다.

◆기면증…주로 낮에 발작적으로 수면

기면증(narcolepsy)은 밤에 잠을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에 빠지는 증세로, 중추신경계 이상이 원인이다. 마비와 혼수를 뜻하는 그리스어 ‘narke’와 발작을 의미하는 ‘lepsis’의 합성어다. 1880년 프랑스인 약사 젤리노가 처음 사용하며 알려졌다. 이후 약 100년이 지난 1979년이 돼서야 의료계에서 기면증을 수면질환으로 인정하고 특발중추성과다수면과 함께 과다졸림 질환으로 분류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시상하부에서 수면과 각성의 유지에 필요한 히포크레틴(hypocretin-1)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백혈구 항원 형질의 유전자가 관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뇌졸중, 뇌종양 같은 뇌 이상이 생긴 환자나 자기면역질환자, 사고로 두부외상을 입은 내외과 질환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

대부분 기면증 환자는 1∼15분간 발작적으로 잠에 빠진 뒤 정신을 차리지만, 한두 시간이 지나 또다시 졸린 증세를 보인다. 선잠이 들어 착각과 환각에 빠지기도 한다. 졸도발작, 수면마비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졸도발작은 심하게 웃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변화가 있을 때 운동근육이 이완돼 쓰러지는 것으로, 기면증 환자의 60%에게 나타난다. 수면마비는 흔히 ‘가위에 눌렸다’고 말하는 증상이다. 잠이 들었을 때 전신근육이 마비되며 때때로 환각을 보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기면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356명으로 전년 대비 29.7% 증가했다. 여성(876명)보다 남성(1480명)이 많았고 연령별로는 20대(770명)대가 가장 많았다. 2011년에도 전년 대비 25.2% 늘었다.

기면증은 뇌 중추신경계 이상에 의한 질환이지만 만성피로에 의해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학업과 업무, 회식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9년 희귀난치성질환 등록…국가에서 치료 지원

기면증은 현대 사회가 낳은 질병과도 관계가 깊다. 의료계에선 이 질환이 신종플루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인 H1N1 바이러스가 출몰한 2010년 이후 세계적으로 기면증 환자가 급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H1N1 예방백신 중 하나인 펜뎀릭스(Pendemrix)를 맞은 북유럽 어린이가 기면증에 걸릴 확률이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보다 9배 높다고 발표했다. H1N1 바이러스가 기면증의 원인으로 알려진 히포크레틴을 파괴하기 때문으로 의료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기면증은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 완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이 질환을 발작성 수면 및 졸도발작으로 등록하고 2009년 5월부터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의 치료와 지원을 돕는 헬프라인에 따르면 국내 기면증 환자 수는 8만여명이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뇌신경센터 주민경 교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기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고 스트레스를 줄인 뒤 졸음 증상이 줄어든 경우가 많다. 희귀난치성질환이지만 관리만 잘하면 정상인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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