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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기초수급 모자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

입력 : 2014-03-07 19:40:50 수정 : 2014-03-08 10: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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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비극’ 줄이어
청각·지체 장애에 병 앓아 월세 밀리는 등 생활고
“아들 데려간다”유서도… 경찰, 부검 사망원인 조사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고를 겪는 빈곤자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울산에서는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모자가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7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6일 오후 6시30분쯤 울산시 중구 우정동 안모(50·여)씨 집에서 안씨와 아들 권모(28)씨가 숨져 있는 것을 권씨의 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권씨의 친구는 “집전화가 끊겨 연락이 안 되는 것이 이상해 주인과 함께 집에 들어갔더니 두 사람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은 4∼5평짜리 단칸방 문 앞에, 안씨는 방 안에서 이불을 덮은 상태로 숨진 채 누워 있었다. 아들의 목과 배에는 흉기에 찔린 자국이 있었지만 반항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안씨가 아들을 찌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와 그가 평소 복용한 것으로 보이는 신경안정제 성분의 약이 나왔다.

경찰은 안씨가 흉기로 아들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의 부패 상태와 지난 설 연휴 집주인 딸과 밀린 월세 문제로 통화한 점으로 미뤄 두 사람은 한 달여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V진열장 안 성경책 속에서는 ‘오빠, 언니, 조카에게 미안하다.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 시신은 동사무소에서 치워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B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청각·지체장애 4급인 안씨는 2000년 10월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돼 한 달에 48만여원을 지원받았다. 아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얼마 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20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우울증과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모자는 4∼5년 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7만원짜리 단칸방으로 이사왔다. 최근 4개월간은 월세를 내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족은 경찰에서 “안씨가 오래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장기간 병원치료를 받았고, 이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유족 등을 상대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앞서 5일에도 울산 북구의 한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생활고를 겪던 윤모(45)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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