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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원전사고 3년… 돌아오지 않는 봄] (下) 탈원전 기로에 선 일본

입력 : 2014-03-03 20:17:41 수정 : 2014-03-03 23: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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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福島)를 잊지 마라.”

지난 1일 도쿄 근교의 사미타마(埼玉)현 고시카야(越谷)시의 시청 옆 하천부지 광장에서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3년을 맞아 탈원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회 후 이같이 주장하며 고시카야역까지 행진했다.

대규모 방사능 유출이 발생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런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풀뿌리 현장에서는 원전 중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재조명받거나 재생에너지가 인기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에너지수입 증가로 전기료 상승과 무역적자로 일본 경제가 우려된다며 원전 재가동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두 진영의 치열한 대결 속에 일본은 원전 재가동과 탈원전의 기로에 서 있다.

◆풀뿌리의 탈원전 열기…정치권에서도 고조

풀뿌리 현장에선 탈원전이 대세다. 일본 정치의 심장부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총리 관저 앞에는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탈원전 집회가 열린다. 이 집회에는 시민단체와 노조원뿐 아니라 주부와 학생, 노인 등도 참여한다. 각종 탈원전 시위를 주도해온 ‘수도권원자력발전반대연합’ 등은 오는 9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영향권 안에 있다. 실제 시마네(島根)현 시민단체인 ‘시마네 원전·에너지문제 현민연락회’는 지난 1월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관한 기본 방침을 담는 조례를 제정해 달라며 9만2827명의 서명을 모아 청원했다. 서명자 수는 현 전체 유권자 58만3637명의 16%에 달한다. 아울러 각 지자체도 앞다퉈 원전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라는 탈원전 의견서를 채택 중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월 현재 3년간 455개 지자체 의회가 탈원전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이는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

여론도 탈원전 의견이 많다. 니혼TV가 지난 2월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원전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0.0%로 ‘찬성한다’는 응답(34.0%)을 압도했고 교도통신(2월22∼23일) 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54.9%에 달했다.

최근에는 열기가 중앙 정치권으로도 옮아붙을 조짐이다. 비록 지난 2월9일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패했지만, ‘원전 즉시제로’를 내세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 간 연대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70년부터 원전 반대를 주장해온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원전은 클린 에너지도, 사후 처리 및 사고 가능성을 감안하면 저렴한 에너지도 아니다”며 “이 정도 사고가 일어났는데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통탄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입은 미나미소마시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한 화력발전소의 표지판.
◆아베노믹스 위해 재가동으로 선회한 아베 정권

아베 정부는 지난달 25일 원전 재가동을 사실상 용인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원자력 발전을 ‘중요 전원’으로 규정해 향후 원전 재가동과 신·증설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 등이 비판하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재가동을 밀어붙일 태세다.

아직 사고 수습 가닥이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재가동을 서두르는 이유는 전기료 인상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와 막대한 무역적자에 따른 아베노믹스의 좌초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 원전은 ‘0’이다. 전력 생산의 최대 30%를 책임지던 원전의 공백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화력 등으로 대체됐다. 연료 수입이 늘면서 도쿄전력 등 주요 전력회사는 모두 적자로 돌아섰고, 무역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전력회사들은 이에 전기료를 20% 이상 올리며 자구책에 나섰고, 전기료가 오르자 가정은 물론 기업들도 가격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원전 재가동으로 선회했다.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산업상은 “원전 제로 등의 전시성 정책은 책임 있는 에너지정책이라 할 수 없다”며 원전 불가피론을 펴고 있다.

◆기업들, 재생에너지 투자 가속

기업의 행보는 더 현실적이다. 산업현장에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태양광과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紅)는 지난달 미야자키(宮崎)현에 태양광발전소 운영에 나섰고, 미쓰이(三井)물산도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구마모토(熊本)현 아라오(荒尾)시와 후쿠오카(福岡)현 오무타(大牟田)시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인 메가솔라를 설립했다.

물론 아직까지 재생에너지원은 전력 생산의 2∼3%에 불과해 LNG와 석탄 등을 활용한 화력발전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효율의 복합발전 방식을 화력발전에 적용해 화력을 첨단화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사고 이후 도쿄전력의 가와사키(川崎)화력발전소와 간사이(關西)전력 히메지(姬路)제2발전소 등 6곳에서 첨단 복합발전방식이 도입됐고 2030년대까지 추가로 9곳에서 도입될 예정이다. 즉 LNG의 경우 가스터빈만 돌리면 발전효율이 40%대이지만 새 방식을 채택하면 60%대로 늘어 연료비는 절감되고 골칫거리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줄어드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도쿄·후쿠시마=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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