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이 올림픽 무대에 이름을 남긴 것은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때다. 22살의 올림픽 새내기였던 그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1개씩 따내며 기분 좋은 '대형 사고'를 쳤다.
5000m 은메달은 1만m를 위한 전주곡에 불과했다. 이승훈은 1만m에서 12분58초55의 올림픽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가 코스 체인지 실수로 실격 당하는 행운까지 따라왔다.
이승훈이 등장하기 전까지 1만m는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단거리에서 종종 성적을 낸 것과는 달리 장거리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다. 아시아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시아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이승훈은 소치에서도 활짝 빛났다. 후배들과 함께 한 팀 추월은 이승훈에게 다시 한 번 메달의 맛을 선사했다.
이승훈과 주형준(23)·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으로 구성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8강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격파하더니 '디펜딩챔피언' 캐나다까지 넘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승훈은 8바퀴를 도는 팀추월에서 매 라운드 4바퀴 가량을 맨 앞에서 소화했다. 가장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에 서야 했지만 후배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기로 했다. '이승훈 전면배치' 전략은 남자 대표팀이 메달권에 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로 태극마크와 연을 맺었다. 하지만 안현수(29·러시아·러시아명 빅토르 안)와 이호석(28·고양시청)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다 2009년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이승훈은 종목을 바꾼 지 1년 만에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하더니 이번에는 아시아 국가의 첫 팀추월 메달 사냥을 진두지휘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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