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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웅비론 2020-미래 비전 새 지평을 연다] ③ 문화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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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19 19:38:07 수정 : 2014-01-19 21: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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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꽃피는 나라” 단군·세종·백범의 원대한 꿈 눈앞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는 광복 직후인 1947년 출간한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문화국가론을 제창했다. ‘문화의 힘으로 세계인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백범의 포부는 이 땅에 처음 나라를 세운 단군의 건국 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정확히 일치한다. 세종대왕이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하며 밝힌 “누구나 쉽게 배워 일상생활에 편히 쓰기를 바랄 뿐”이란 한글 창제 이유에는 온 세상에 문화를 꽃피우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2020년 우리나라가 ‘문화대국’으로 자리 잡는다는 비전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단군과 세종, 백범의 원대한 꿈이 전 세계에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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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창조의 기쁨’ 누리는 나라

문화대국 하면 빼어난 예술작품과 화려한 문화재, 수준 높은 공연 등을 내세워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문화를 예술작품이나 공연, 문화재에 국한하는 건 협소한 시각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한국학)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화를 좁게 정의하고 있다”며 “가치관이라든지 생활문화 같은 우리의 삶 전체가 가장 기초적인 문화”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인이 별로 행복하지 않은 건 영화나 뮤지컬이 발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활문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이다. 최 교수는 “우리는 문화를 일상생활에서 느껴야 한다. 매끼의 밥에서, 항상 입는 옷에서, 늘 하는 생각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최근 제정한 ‘문화기본법’은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문화권’을 국민 기본권으로 규정했다. 박재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은 “모든 이가 창의성을 갖고 창조와 창작을 할 수 있다”며 “창작을 함께하며 키우는 공동체의식, 내 작품으로 박수를 받을 때 느끼는 자존감, 내가 창조적 주체가 돼 뭔가 가치를 창출해내는 체험 등이야말로 소중한 문화적 가치”라고 말했다. 온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가 주는 위안과 여유를 누리는 나라가 진정한 문화대국이다.

# “사상의 자유로 창의성 꽃피워야”

K-팝 등 한류 열풍이 뜨겁다. 멋과 흥이 담긴 한국문화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세계 각지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한류는 의도적으로 조성된 게 아니라, 한국문화에 호감을 가진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뛴 결과다. 외국에 한국어·한국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재단이 최근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 6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문화에 매료돼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을 더 잘 알고 싶어 한국어를 배운다”고 답한 이가 많다.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게 만드는 건 문화대국 실현의 첩경이다.

외국인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하고 학문과 예술을 장려해 15세기 조선을 문화대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화는 민간이 주도해 일궈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정부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프랑스는 앙드레 말로와 자크 랑이라는 두 걸출한 문화부 장관이 각기 10년 넘게 재임하며 문화예술 육성책을 일관되게 편 결과 문화대국 지위를 회복했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영문학)는 “문화 선진국에서는 문화부 장관을 한국처럼 단기간에 교체하는 경우가 없다”며 “문화정책이야말로 장기적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수립·집행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삼은 현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백범의 문화국가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백범 사상을 연구한 정경환 동의대 교수(정치학)는 “문화국가론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사상의 자유”라며 “백범은 ‘사상의 자유가 없는 곳에선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삼림으로서의 문화국가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의 고유한 힘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민·관이 협력해 장기적 안목에서 문화정책을 집행하며, 누구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현하는 문화적 풍토를 만드는 것이 문화대국의 길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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