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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편해야 일도 잘해”… 기업·단체서도 ‘가화만사성’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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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18 06:00:00 수정 : 2014-01-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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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궁동종합사회복지관 강당. 30, 40대 주부 100여명이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제는 ‘엄마학교’의 서형숙(56·여) 대표가 진행하는 ‘2014 부모교육, 우리 아이 마음에 로그인하기’였다. 일부 주부는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자녀와 함께 자리하기도 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을 때의 감사한 마음을 매번 떠올려야 한다”는 서 대표의 말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 대표의 강의는 ‘같이 고민하고, 같이 생각하고, 같이 이야기하는 소통하는 부모’를 주제로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자녀와 관계가 어려운 부모들이 자녀와의 생각차를 좁히자는 내용이었다. 주부 김미희(43)씨는 “아이가 자기 주장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 자꾸 마찰이 생겨 강연을 듣게 됐다”며 “내가 아이를 내 뜻대로만 하려던 ‘나쁜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족을 배우려는 사람들 증가


김씨처럼 가족에 대해 고민하고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존에 교회와 성당에서 예비 부부들을 위해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한 강의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각종 가족교육 기관이 생겨나면서 대중화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제정된 건강가족기본법에 따라 가족교육사업 시행이 법제화하면서 가족교육 사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강의 내용도 다양해지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출발한 가족교육사업의 범위가 예비 부부, 조부모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족교육사업은 가정을 이루는 법부터 행복한 노년생활까지 아우른다. 지자체별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두고 가족 문제에 대해 예방하고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구청에서 마련한 ‘예비부부교육’에 참여해 2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수업을 들은 신모(32·여)씨는 “가정을 이뤘을 때 어떻게 해야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교재 2∼3권을 읽고 예비 신랑과 토론을 벌이는 등 심도 있는 과정이 이어졌다. 신씨는 “오랜 기간 연애를 했지만 같이 산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오해들을 ‘선행학습’을 하면서 방지하기 위해 수업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이나 단체에도 ‘가족 배우기’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가족 역할에 대한 교육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정이 화목해야 일도 잘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삼성, 유한킴벌리 등 일부 대기업에서만 ‘가족경영’이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집이 편해야 일도 잘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내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거나 수유실을 설치하는 등 시설 확충뿐 아니라 임직원을 대상으로 가족교육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내에서 ‘가족친화포럼’을 운영해 직원들의 가정생활에 대해 상담하는 곳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인증기업’을 지정해 이 같은 일을 장려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해 11월 7일간 ‘두란노아버지학교 운동본부’와 함께 아버지 강좌를 진행했다. 밤늦도록 수사 현장을 누비느라 가정을 돌보기 어려운 수사관들에게 가정의 의미를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은 총 3주차로 ▲자녀가 사랑스러운 이유 20가지 들어보기 ▲자녀에게 편지쓰기 ▲아내와 데이트하기 등을 과제를 줬다. 수사관들은 처음엔 근무시간 외에 수업을 듣는 것을 ‘시간낭비’라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수사관들은 갈수록 수업에 열중했고, 때로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관악서 서연식 서장은 “교육의 반응이 좋다고 판단해 1, 2차에 이어 3차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후약방문’식 참여… 아쉬운 점으로 남아

다양한 가족교육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족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부부행복연구소에 따르면 수업 신청을 하는 수강자 10명 가운데 9명은 이미 가정 불화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연구소를 찾는다. 아내가 남편에게 가족 문제를 개선하자며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행복연구소 김주언 소장은 “가족교육사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주로 강의를 찾는다”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아쉽다. 가족에 대해 공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원 간 문제가 발생한 뒤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옥선화 교수(아동가족학과)는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가족교육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며 “우리나라도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아버지, 어머니 등의 역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정책으로도 가족교육을 중요 사업으로 여기고 있어 가족교육사업센터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선형·권이선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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