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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치밀한 준비 없이는 ‘통일대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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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16 22:08:51 수정 : 2014-01-16 2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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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환경 여전히 위협적
신뢰프로세스 구축 등 선행돼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 짧은 메시지가 통일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래 통일의 주역인 20, 30대 젊은 층에서 ‘통일무용론’이 확산되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던진 ‘통일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를 심어주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은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고, 대한민국이 세계사에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것은 경제적인 이유는 물론 정치·역사적 의미에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한국 사회의 단결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남남갈등의 중심에는 북한에 대한 이념적 잣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우리의 역사적 자존감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통해 치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
하지만 2014년 한반도와 우리 주변의 현실은 ‘통일이 곧 대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지배했던 북핵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연평도 포격에서 보듯 북한의 무모한 대남 도발은 언제든지 한반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넣을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체제는 장성택 숙청 이후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벌이는 영토분쟁은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 정책과 맞물려 한·중·일 3국 간의 긴장을 점차 높이고 있다. 더불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한 미국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의지는 향후 미·중 간에 패권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통일이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보다는 우리의 안보현실을 고려한 냉정한 통일 준비가 더 중요하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은 한반도의 평화가 결코 동북아의 평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성공시킨 독일의 사례는 동·서독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서 유럽의 관계가 함께 맞물려 움직일 때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파리 정상회의에 참석한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만약 15년 전 유럽 통합을 위한 역사적 걸음인 ‘헬싱키 프로세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도 남북한의 평화 정착 노력과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사고의 확장이 먼저 필요하다.

사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보다 항구적인 평화구조로서 동북아의 평화·협력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남북한 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협력이 함께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을 한반도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은 DMZ 세계평화공원이 남북 간의 평화 정착과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현실적 공간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DMZ 세계평화공원은 생태관광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곳이 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의 평화 정착, 그리고 동북아 국가의 평화와 협력이 실현되는 현실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설 협의체를 설치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6자회담이 정체된 상황에서 평화의 상징으로서 DMZ 세계평화공원은 중국을 비롯한 나머지 참가국을 한반도로 끌어당길 수 있는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준비가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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