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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아라 “나정=어장관리女? 감독님이 욕먹겠다고…”

입력 : 2014-01-12 14:49:56 수정 : 2014-01-15 15: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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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라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청춘드라마 '반올림(2003년)'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이후 10년만에 대표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성공리에 끝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말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여주인공 성나정으로 열연한 고아라는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발목 인대 부상에도 불구하고 ‘응사’를 마친 속내를 성나정의 톤으로 털어놨다.   

“막바지 촬영 땐 하루 한 시간씩 잤어요. 많은 시청자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작품이라 책임감이 컸어요. 그 책임감 때문에 다리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어도 아픔을 느낄 새 없이 촬영할 수 있었죠.”

고아라는 ‘응사’에서 팔도 대학생들이 모인 신촌하숙집 딸 성나정으로 분해 앙칼진 경상도 사투리, 드세 보일 만큼 털털한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사실 배우 고아라를 알린 '반올림'의 ‘옥림이’ 이미지는 그가 벗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만큼 숙제를 풀기란 쉽지 않았다. 여러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고아라를 보면 옥림이를 떠올렸다. 고아라에게 변신에 대한 조급함은 없었을까.

“매 작품마다 변신보다 그 작품에 집중하는 마음이었어요. 스무 살 때 출연한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연기관이나 20대의 자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기점이었어요. 뼈대에 살이 붙어 나무가 자라나듯 작품에 집중하려는 마음에 가치관이 자리잡으면서 마음가짐 역시 달라졌어요. ‘응사’에서 외적으로 달라지다 보니 많이 변화했구나 봐주시는 것 같은데 작품에 임하는 마음이 전작들과 특별히 다르진 않았어요.”

고아라는 ‘응사’를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잘랐고, 몸무게도 5kg가량 늘렸다. 그렇게 고아라는 풋풋함을 간직한 밝고 쾌활한 성나정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왔다.

“대본을 보면서 장난기 가득한 나정에게 짧은 머리가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또 오빠와 함께 사는 친구다 보니 보이시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감독님도 액티브한 머리 스타일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몸무게는 촬영 한 달 전 나정이의 성격을 잘 표현하려고 5kg 찌웠어요. 촬영 중간에 먹는 신이 계속 있어서 7kg까지 불었다가 막바지 밤샘 촬영 때문에 지금은 살이 빠진 상태예요.”

‘응사’는 나정의 남편 찾기를 중심으로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를 쥐락펴락했다. 쓰레기(정우 분)와 칠봉이(유연석 분) 중 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흥미를 유발했지만 후반부 세 남녀의 관계가 다소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극 후반부까지 두 남자를 향한 나정의 속마음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느 날 감독님이 저한테 오시더니 ‘나정이 누구랑 결혼해도 욕먹게 생겼다’고 진지하게 말씀하셨어요. 나정이 입장이 나중에 비춰졌기 때문일 거예요. 작품을 위해 얼마든 희생할 수 있기 때문에 비난은 감수할 수 있었어요. 20화에서 나정이가 쓰레기 오빠에게 한 여자가 아닌 어린 동생으로만 여겨진 것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잖아요. 여자로서 연인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데 지나친 배려로 연인 취급 받을 수 없는 나정의 마음이 이해됐어요. 서로 배려가 깊어 어긋났던 거죠. 나정과 쓰레기가 더 뜨거운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라면 고아라의 선택은 쓰레기와 칠봉이 중 누구를 선택했을까. 고아라는 주저 없이 첫사랑 ‘쓰레기’라고 답했다.

“나정이 마음을 담아 연기했기 때문에 나정이 입장에서 더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칠봉이와의 사연이 찌릿했다면 인연이겠지만 첫사랑의 애틋함이 더 절실하게 와 닿았을 것 같아요.”

고아라는 ‘응답하라’ 열풍을 일으킨 전작 ‘응답하라 1997’의 뒤를 잇는 부담감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의미가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흥행에 연연한 적 없지만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고 사랑받는 작품의 힘을 느꼈다”고 ‘응사’ 시청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아라와 나정이는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특히 평소 털털한 모습과 달리 누군가 사랑하면 바보가 되는 모습이 닮았단다. 그를 쏙 뺀 나정을 만나 재발견을 이루게 해준 작품인 만큼 ‘응사’는 고아라에게 잊지 못할 작품이다. “하루하루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실감이 나지 않더라”는 고아라는 “하숙집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어 마지막 촬영 날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말했다.

“‘응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작품이 되면 좋겠고요. 평생 나정이를 기억해 주시길 바라요. '응사‘와 나정이, 2014년 큰 선물 같은 작품으로 마음에 남을 거예요.”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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