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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보다 해지 더 많아… ‘재형저축의 몰락’

입력 : 2014-01-09 19:21:32 수정 : 2014-01-09 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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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낮고 의무유지도 부담, 누적 계좌 수 넉달째 내리막
다른 상품 소개 들러리 전락… 고객 “과대광고에 속아” 분통
추가 세제혜택 등 지원 필요
출시 초기 ‘서민의 효자상품’이 될 것이라 기대되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1년도 안 돼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신규 가입보다 해지가 늘면서 누적 계좌수는 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재형저축 누적 계좌 수는 164만872좌로, 전월(165만802좌)보다 9930좌 줄었다. 누적 계좌 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신규 가입자보다 기존 가입자 중 해지하는 인원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재형저축은 첫 달에 133만1480명이나 가입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5개월 만인 8월 말 168만3242좌로 정점을 찍은 뒤 누적 계좌 수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8월 말과 12월 말의 계좌 수를 비교하면 4개월 동안 무려 4만2370좌가 빠져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재형저축은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나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의 사업자가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상품이다. 1970∼80년대에는 15∼20%라는 높은 금리로 서민의 목돈 마련에 큰 도움을 줬지만, 1995년 재원 부족으로 폐지됐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18년 만에 재형저축을 부활한다고 발표하자,상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가입 예약이 줄을 잇는 등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열기가 식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재 가입자는 가입대상자(900만명)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금리가 4% 초반대로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다가 그 금리마저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돼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 7년간 돈을 묶어놔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시중은행을 독려해 7년 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하게 했지만, 기본금리가 3.1∼3.2%에 그쳐 이 역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3% 후반 대 적금이 판매되는 만큼, 굳이 7년간 유지해야하는 재형저축을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형저축이 ‘속 빈 강정’이란 소리가 나오면서 금융권 분위기도 변했다. 출시 초기 경품 이벤트 등을 벌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던 은행들은 최근에는 재형저축을 다른 상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 을지로의 한 시중은행에서 재형저축을 문의하자, 창구 직원은 “생각보다 금리가 세지 않다”며 다른 적금을 추천했다. 올해 3월 출시될 ‘소득공제 장기펀드’의 경우 ‘재형저축보다 목돈 마련에 제격’이란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재형저축 가입자들은 ‘과대광고에 속았다’는 분위기다. 직장인 손모(26·여)씨는 “가입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홍보해서 첫날 바로 가입했는데 금리가 생각보다 낮다. 금리가 좀 낮아도 기간이 짧은 적금이 나을 것 같아 해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 혜택 추가, 납입기간 축소 등의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형저축은 장기간 가입을 유지해야 하고 우대금리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재산형성에 한계가 있다”며 “추가 세제혜택을 주거나 외국처럼 저축액의 일정 비율을 국가가 민간재원으로 적립해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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