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갑오년, ‘말의 해’인 만큼 영도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살펴보는 게 의미 있을 것 같다. 영도는 예전에 말 사육장으로 유명했고, 이곳에서 사육된 명마가 워낙 빨리 달려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고 해서 ‘절영도(絶影島)’라고 불렸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절’자를 빼고 영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영도에는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46년 만에 복원돼 지난달 하순 개통식을 가진 영도다리다. 1934년 개통된 영도다리는 부산 중구와 영도구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연륙교이자, 최초의 도개교(상판을 들어올리는 다리)다. 다리 아래로 선박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루 상판을 7차례 들어올린 영도다리는 이색 볼거리를 제공하며 부산의 최고 명물로 자리 잡았다. 영도다리는 6·25전쟁과 실향민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피란민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이 다리 아래 피란촌이 형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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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만에 복원돼 다시 상판을 들어올리는 영도대교. |
영도에는 태종대, 영도다리 외에도 가볼 만한 곳이 여럿이다. 부산에 워낙 유명한 여행지가 즐비하다 보니 그들에 가려 외부에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도팔경’을 선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이 절경이다.
첫째로 꼽히는 곳이 영도 북쪽에 솟은 봉래산(395m)이다. 이 일대의 일몰·일출 명소인 봉래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부산항과 부산 시내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특히 북항대교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동쪽, 남항대교가 곧게 뻗은 서쪽의 전망이 가장 뛰어나다. 멀리 동쪽으로는 송도해변과 감천항이, 서쪽으로는 오륙도와 광안리 해변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봉래산은 등산 코스도 잘 정비돼 있지만, 9부 능선까지 자동차로 가뿐하게 닿을 수 있다. 청소년수련관을 거쳐 송신탑까지 찻길이 나 있다.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짧은 산행 동안 울창한 숲과 다양한 수종을 만나게 된다. 편백나무숲과 소나무숲,그리고 대나무숲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도시에서 하늘을 가리는 편백나무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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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북항대교와 부산항. |
절영해안산책로 초입의 가파른 비탈에는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바로 흰여울문화마을이다. 계단식 골목으로 이어진 이곳은 영도의 대표적인 달동네였으나, 구청이 개조한 빈집에 예술가들이 입주하며 문화마을로 거듭났다. 몇몇 사진작가가 찾던 흰여울마을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등장하고, 마을 아래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작가들의 예술혼을 일깨울 정도로 빼어나다는 입소문이 나며 영도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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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 산책로. |
영도의 대평동 대풍포에 1887년 세워진 다나카 조선소는 한국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다. 다나카 조선소 설립 이후 대풍포 일대에는 크고 작은 조선소와 수리조선소 60여개가 들어선다. 요즘 영도구는 근대의 추억을 되살리는 산업관광코스로 ‘100년 넘은 조선소를 찾아가는 10리길’을 조성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51)=동삼동 패총은 아시아 최고의 신석기 유적지로, 빗살무늬토기·석기·옹관묘 등이 출토됐다. 영도의 ‘삼진식품’(416-5468)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제조업체다. 최근 영도 봉래시장 입구의 삼진식품 옛 공장을 리모델링해 전국 최초의 어묵체험관이 만들어졌다. 직접 어묵을 만들고 어묵 요리를 해볼 수 있다. 영도다리를 건너면 바로 중구의 자갈치시장이다. 자갈치시장 인근 부평 깡통 야시장에서는 밤 12시까지 30여개의 미니 포장마차에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영도의 횟집은 중리해변에 몰려 있다. ‘목장원’(404-5000)은 영도의 이름난 숯불갈비집이다. 영도구청 415-1001, 부산관광공사 78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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