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인터뷰] 서울에 단 1대 있는 택시, 쏘나타보다 연비 3배 좋아

입력 : 2013-12-16 16:43:13 수정 : 2013-12-17 10:05:0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서울에 단 1대, 프리우스 택시 운행하는 장호곤씨 만나보니… NF쏘나타 택시 대비 3배 좋은 연비로 유지비 절감, 할부이자와 수리비는 단점

서울에 단 1대만 운행중인 택시가 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다. ‘연비’가 자동차 구입의 최대 변수로 등장한 요즘, 연비 때문에 값 비싼 수입차를 택시로 운행한다는 주인공을 만나봤다.

서울 시내에서 프리우스 택시를 본 건 대낮에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2일이다. 영등포역 앞에서 옆 차선을 지나는 택시를 발견했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일본, 미국, 독일을 비롯한 자동차 선진국의 도시에서 택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보기는 처음이기에 ‘왜 값비싼 수입차를 택시로 사용할까’ 호기심이 생겨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았다.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다는 장호곤(66)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배들한테 보여주려고 프리우스를 택시로 구입했다”며 “우리나라 경제·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프리우스가 기존 택시에 비해 연료효율이 좋아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전에는 현대 NF쏘나타를 탔는데 LPG를 넣으면 1ℓ에 6㎞ 정도 주행했다. 그런데 프리우스로 바꾸니 휘발유 1ℓ를 넣고 서울시내에서 20㎞를 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택시에 비해서 약 30% 절약되는 것 같은데 연간 비용을 계산해보니 약 400만원 정도 프리우스의 유지비가 저렴한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 연비가 좋아 여러 도시에서 택시로 사용하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 시계방향으로 미국, 캐나다, 홍콩, 스페인에서 택시로 운행중인 모습.

▲ 프리우스 택시, 쏘나타에 비해 연간 400만원 절약

장 씨의 설명대로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연비가 좋아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택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정체구간과 정차가 많은 도심구간의 주행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구입 비용은 비싸지만 연간 5만∼6만㎞를 주행하는 택시인 것을 고려하면 연비만으로도 차 값 차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택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현대차 YF 쏘나타의 경우 최고급 옵션을 넣으면 차 값이 약 2000만원 정도 된다. 여기에 내년 3월부터 의무화되는 조수석 에어백을 추가하면 수십만원이 더해진다.

그러나 장 씨가 구입한 것과 동일한 도요타 프리우스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인 ‘E’는 3130만원이다. 장 씨의 설명대로 연간 400만원을 연료비에서 이득을 본다면 약 3년이면 국산차와 동일한 경제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운전석과 조수석은 물론 사이드 커튼에어백, 운전석 무릎 에어백 등의 안전사양은 추가로 얻는 혜택이다.

연비를 고려했다면 왜 국산 하이브리드 중형차를 사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장 씨는 “연비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국산차인 쏘나타나 K5 하이브리드도 연비가 좋다고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택시기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시내 주행에서 연비가 15㎞/ℓ 나오기 힘들다”며 “차 값은 2배 비싸면서 휘발유를 넣는 만큼 LPG 대비 3배는 연료 효율이 좋아야 하지만 국산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장 씨가 국내에선 생소한 도요타 프리우스를 택시로 이용한 계기는 아들 때문이다. “독일에 자주 출장을 가는 아들이 추천해서 이 차를 선택했다”며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연비 좋은 차를 택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이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좋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해도 시원찮은 판에 오히려 연비가 나쁜 기존 택시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외국에서는 연비 좋은 친환경 차를 사면 1000만원씩 보조금도 주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런 차를 못 만드느냐”며 “세계 5위의 메이커가 있는 나라에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팔리니까 안 만드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 영등포 인근 도로에서 만난 장호곤 씨의 도요타 프리우스 택시.

▲ 프리우스 택시 할부이자 비싸고 수리비 높아 부담

장 씨는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요즘 연비 좋은 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하루에 10명 정도 이 차에 대해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 차 말고도 공인연비가 가장 높게 나온 푸조의 디젤차도 택시기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LPG 값만 조절할 것이 아니라 연비가 무려 3배나 좋은 차가 나오는 세상이니 국내 자동차 업계도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입차를 택시로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장 씨는 “도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할부 이자를 8%나 받는다”며 “국산차에 비해 너무 높은 이자 때문에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고 국산보다 비싼 부품값과 수리비가 걱정거리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서 운행중인 개인택시는 총 4만9409대다. 이 가운데 수입차는 총 32대로 대부분 대형 세단 혹은 미니밴이다. 포드의 대형 세단 토러스가 29대로 가장 많고 링컨 MKS가 1대,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그랜드보이저가 1대를 기록했으며 나머지 1대가 장 씨가 보유한 도요타 프리우스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