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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환자 알권리] 30분 진료·의사 코칭 프로그램… 병원들도 자구책 마련 고심

입력 : 2013-12-13 06:00:00 수정 : 2013-12-15 23: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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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료대화 교육 강화해야” 서울시 북부병원에는 ‘3분 진료’가 없다. 대신 초진 환자는 30분, 재진 환자는 10분 진료하는 제도를 지난 5월부터 두통과 스트레스, 뇌졸중 예방 등 9개 클리닉에 도입했다. 비용은 초진 5000원대, 재진 3000원대로 일반 외래진료 비용과 같다.

이 병원 주영래 홍보주임은 12일 “처음에는 환자들이 ‘이렇게 의사 시간을 뺏어도 되나’ 하며 눈치를 보기도 했지만, 막상 30분을 채우려니 환자들이 먼저 할 얘기가 없다고 일어선다”며 “길어도 15∼20분 걸리는데, 환자는 궁금한 것을 충분히 묻고 의사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진료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의료진의 무성의한 설명에 환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의료분쟁으로 비화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병원 안팎에서도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 습관을 바꾸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게 일대일 코치를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정기적으로 서비스 교육을 진행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일대일 코칭시스템을 도입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까지 의사 200여명이 모두 교육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코칭을 맡았던 엘컴퍼니 조 에스더 대표는 “한 의사가 진료하는 장면을 10회 이상 촬영한 뒤 본인에게 보여주며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법, 나쁜 소식을 전하는 법, 제한된 시간 내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법 등을 조언해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의사들이 평가받는다고 생각해 껄끄러워했지만 자신의 녹화영상을 보면서 ‘내가 정말 저러나’며 놀라기도 하고, 대학에서부터 배웠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반복적인 민원이 접수되거나 의료분쟁이 발생해도 대부분의 병원이 문책을 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환자들의 권리가 강조되면서 승진이나 성과급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11년부터 환자들에게 ‘주위 사람에게 이 교수를 추천할 의향이 있는가’를 묻는 ‘의사 순고객추천지수(NP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각 의사의 담당환자 30명에게 진료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에 대해 설문조사한 뒤 그 결과를 교수 연말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겸직교수 임명 시 환자와 동료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병원 측은 “이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환자에 대한 서비스나 함께 일하는 간호사 등 파트너와의 협업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0∼60대 의사들의 몸에 밴 진료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병원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의대 교육과정에서부터 ‘의료대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의사 국가고시에 ‘나쁜소식 전하기’ 등의 실기시험이 도입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박영국 회장은 “과거에는 의사가 권위적이어야 환자들이 신뢰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배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10년 전부터 의대 본과에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신설하는 등 의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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