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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웅비론 2020-미래 비전 새 지평을 연다] ② 문화산업 육성

관련이슈 한반도 웅비론 2020-미래 비전 새 지평을 연다

입력 : 2013-12-08 23:31:31 수정 : 2013-12-09 10: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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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대표적인 ‘늙은 나라’로 꼽히던 영국은 1997년부터 ‘창의적인 영국(Creative Britain)’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문화를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 세계중심국가로 다시 우뚝 섰다. 영국 하면 높은 실업률과 왕실 스캔들부터 떠올리던 이들이 이제 ‘해리포터’ 시리즈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탄생시킨 젊고 매력적인 국가로 영국을 바라본다. 문화가 한 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고도성장의 신화를 써 세계 15위 경제대국이 됐다. 경제가 개인과 국가의 생존을 보장하는 물적 토대라면, 문화는 그 위에 튼튼한 집을 짓고 구석구석 생기가 돌게 만드는 정신적 자양분이다. 이제 경제대국을 넘어 문화대국을 지향할 때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현 시점에서 문화의 터를 더 굳게 다져야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미래가 활짝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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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 마음을 사로잡아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문화도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 옮겨다닌다. 고대 중국에서 탄생한 한자와 유학이 동아시아 등에 널리 퍼지고, 근대 유럽의 과학기술이 전 세계로 뻗어간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유력한’ 문화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원동력은 ‘소프트파워(soft power·부드러운 힘)’에 있다”고 말했다.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와 대비되는 소프트파워의 핵심이 바로 문화다. 미국문화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미국의 우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차 한국이 문화대국이 되려면 먼저 한국문화를 인기 있는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문학과 음악, 미술과 무용, 캐릭터와 게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세계 다른 문화권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요즘 세계 젊은이들은 아이패드와 스마트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며 “한국문학이 세계화하려면 한국적인 것을 초월해 세계 젊은이가 공유하는 보편적 고뇌와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산업 발전의 엔진, 창의력

문화산업이란 문화적 활동의 결과물이라 할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문화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각 분야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 여기서 기존에 없던 참신한 콘텐츠를 구상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바로 창의력이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후기정보화 사회에서는 이미지나 스토리 등이 부와 권력의 원천이 된다”며 “이러한 원천은 창의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창의력이 없으면 획기적인 변화도 없다”는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은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운다. 창의력이야말로 문화산업 발전의 ‘엔진’인 셈이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 선보이는 여러 문화콘텐츠 중 단연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것이 게임이다. 2013년 상반기 게임 수출액은 1조5011억원으로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액의 57%를 차지했다.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 뒤에는 “공부나 하지 게임은 무슨 게임이냐”는 주위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소한 분야에서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판 게이머들과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노고가 있다.

이처럼 창의력을 지닌 인재를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풍토가 필수적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스로스비 호주 맥쿼리대 석좌교수는 “아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어린이들이 공부 외에 음악 연주 등 자유로운 활동을 맛보게 하는 것이 창의력 향상의 조건”이라고 조언했다.

# “한류도 고급화와 차별화 필요”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몇몇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성공을 거두며 한국인의 자부심이 부쩍 높아졌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싸이 뮤직비디오를 본 18억명 중 단 1%만 한국에 관심을 가져도 그 숫자가 1800만명”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화산업 육성에서 한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가요·드라마 등 철저히 대중문화 위주인 지금의 한류로는 국격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생명력도 짧을 수밖에 없다.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는 여전히 문학 등 고급문화에 쏠려 있다.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자 캐나다 문학이 새삼 세계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고 캐나다인의 문화적 자긍심은 한껏 드높아졌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류가 지금보다 더 융성하려면 (대중문화 이외에) 순수예술 분야의 고급 한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숲 건국대 겸임교수도 “한류를 돈벌이로만 생각하면 연예인 양성이 곧 한류의 전부인 것처럼 돼 격이 떨어진다”며 “유럽 문화를 본받아 전통과 품위를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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