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재룡은 북한 외무성의 순회대사, 체코대사, 유고슬라비아 대사에 이어 1993년 1월부터 옛 공산권 국가들과의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해온 인물이다. 그는 1976년 장성택에 의해 사로청(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위원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에 장성택의 심복으로 꼽혀왔다. 특히 2004년 초 장성택이 ‘분파 행위자’로 몰려 숙청될 때 함께 지방으로 쫓겨났다가 2006년 초 장성택의 복권과 함께 다시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복귀하는 등 장성택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해왔다. 2010년부터 주중 북한대사를 맡아 중국 지도부와 장성택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왔다.
정보 소식통은 “이번 사태가 장성택을 숙청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장성택 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제거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후견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키워온 장성택에 대한 경고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느 쪽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핵심인사가 장성택의 심복인 지재룡”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사정에 밝은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6일)까지 지재룡이 소환됐다는 정보는 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 두 사람 외에도 장성택의 측근들은 당정 전반에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신변 이상 여부를 주목해야 할 사람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과 로두철 내각 부총리다. 두 사람의 숙청은 장성택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리종무 체육상,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도 대표적인 장성택 라인으로 꼽힌다. 국정원이 이날 공개한 북측의 공개처형 대상에 이들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