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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9만 발달장애인 가족의 절규…온가족 절망의 삶 불행의 끝은 언제…

관련이슈 발달장애 현장리포트

입력 : 2013-12-02 06:00:00 수정 : 2013-12-02 21: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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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치료시설 절대부족… 부모가 평생 양육 떠안아
지원법안은 국회서 낮잠… 견디다 못해 동반자살도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박철호(가명·49)씨는 가정과 직장 밖에 모르는 가장이었다. 주말에는 빠짐없이 아들 승규(가명·17)와 집 근처 산에 오르곤 했다. 승규가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박씨는 승규를 치료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10년 동안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힘들 때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아들을 데리고 가자”며 아내에게 말했던 박씨는 지난달 9일 가족들이 외출한 사이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아들과 함께 오르던 서울 관악구 청룡산에서 자신도 나무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순간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저세상으로 간 승규는 자폐성 장애 1급에서도 증상이 심한 편이었다. 무언가 답답하다는 듯 갑자기 옷을 발기발기 찢기 일쑤였다. 주위 사람들의 옷도 가리지 않았다. 공격 성향과 자해 행동 또한 심했다. 가족이나 교사 등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때리고, 꼬집고, 할퀴고, 머리채를 잡는 행동도 반복적으로 했다.

지난 6월부터 문제 행동이 심해지면서 특수학교에도 다닐 수 없게 됐다. 어머니는 승규와 씨름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가는 것부터 제 풀에 지쳐 잠들 때까지 하루 24시간 동안 계속됐다.

박씨는 고민에 빠졌다. 아들의 장애가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박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기 한 달 전부터 아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시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자폐가 심한 아들을 보낼 만한 시설은 물론 받아주는 시설도 없었다. 돌아오는 것은 좌절뿐이었다.

고통을 감내하지 못한 박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면서 “힘든 아들은 내가 데리고 간다”고 적혀 있었다. 또 “꼭 아들과 함께 묻어달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평소 아들을 보살피느라 소홀히 대했던 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정부의 발달장애인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달 11일 이들 부자의 장례식장에서는 “사회가 아버지와 아들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은 19만163명에 이른다. 여기에 그 가족 등 51만명을 포함하면 70여만명이 발달장애와 싸우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사회는 발달장애인을 단순히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체장애인 중심으로 이뤄진 장애인 복지정책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여태 껏 논의 한 번 못하고 국회 의안과에서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잠자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외면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은 계속되고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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