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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 기술 세계적 수준… 스토리 더 탄탄해야 만화한류 길 열려"

입력 : 2013-11-10 20:08:10 수정 : 2013-11-10 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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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발전위원장 맡은 이두호 작가 “1990년대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처음 참가했을 때의 일입니다. 프랑스 기자가 저한테 ‘한국과 일본 만화를 구분하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 만화를 ‘망가(漫畵·만화의 일본어 발음)’라고 불러요. 홧김에 ‘나도 당신이 프랑스인인지 미국인인지 모르겠다’고 답했죠.(웃음) 이제는 한국 만화를 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딜 가도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을 듣죠.”

한국 대표 만화가 이두호(70) 작가의 말이다. ‘머털도사’, ‘임꺽정’, ‘덩더꿍’ 등 그의 작품을 팬들은 ‘국보급 명작’이라고 부른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과 네이버㈜(대표 김상헌)는 ‘한국 만화 해외진출을 위한 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그를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앞으로 드라마·가요에 이어 ‘만화 한류’를 이끌 이 작가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김동화, 이현세, 원수연, 윤태호 등 뛰어난 작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리더십이 있어 위원장이 된 건 아니고요. 나이가 가장 많아 그냥 맡긴 것 같아요.(웃음) 위원장으로서 할 일은 만화가들과 소통하고 작가들 편에 서서 만화계의 요구 사항을 대변하고 전달하는 것입니다.”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두호 작가가 요즘 그리고 있는 학습만화 ‘이두호의 한국사 수업’ 원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겸손하게 말했으나 사실 그는 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의 대표작 ‘임꺽정’과 ‘덩더꿍’은 한국 만화로는 드물게 프랑스에서 번역·출간됐다. 그는 세계 최대의 국제만화축제인 앙굴렘축제 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국제적 감각도 탁월하다. 지난 10월에는 아프리카의 알제리에서 열린 세계만화축제에 참석해 한국 만화의 매력을 알리고 돌아왔다.

“우리는 알제리를 잘 모르지만 그들은 한국 문화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온 만화가라고 하니 스타처럼 대하더군요. ‘한국에 가서 만화를 배우고 싶다’, ‘한 6개월 정도 만화를 가르칠 강사를 알제리로 보내 달라’ 등 다양한 얘기를 듣고 왔죠.”

만화 하면 일본부터 떠올리는 일반인들과 달리 이 작가는 미국과 프랑스를 세계 만화의 ‘양대 산맥’으로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만화는 온전히 상업성을 추구하는 반면 프랑스 만화는 여전히 작가주의 경향이 강하다. 이 작가는 “프랑스 만화 특유의 예술적 기질과 미국 만화의 뛰어난 상업적 감각 둘 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만화는 기술적 측면에선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스토리가 뒷받침이 돼야 합니다. 우리 만화를 외국어로 번역해 내놓았을 때 외국인들이 보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군자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두호 작가가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된 자신의 대표 만화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은 ‘덩더꿍’, 오른쪽은 ‘임꺽정’이다.
정보기술(IT) 대국인 우리나라는 만화 시장도 종이 만화책은 시들해지고 온라인으로 보는 웹툰이 대세가 됐다. 네이버가 향후 5년간 50억원가량을 들여 만화 발전 지원에 나서는 것도 웹툰의 영향력을 의식한 선택이다. 이 작가한테 “이제 종이 만화책은 수명을 다한 것이냐”고 물었다.

“한국 말고 외국은 아직 종이 만화책이 강세입니다. 물론 그 나라들도 조만간 웹툰의 비중이 더 커질 겁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너무 웹툰에만 주목해 40, 50대 장년층을 위한 만화를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많은 얘기가 나올 텐데요. 40, 50대를 위한 만화 지원책도 꼭 논의할 겁니다.”

이 작가의 작업실엔 요즘 한창 그리고 있는 학습만화 ‘이두호의 한국사 수업’ 원고가 가득했다. 이미 9권까지 나왔고 2014년 현대사를 다룬 10권을 끝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노작가의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작가 스스로 악착같이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는 말처럼 앉아서 밤낮 안 가리고 작업을 해야죠. 한국 만화도 작품만 좋으면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외진출의 길이 활짝 열리리라 확신합니다.”

글·사진=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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