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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타내자” 경제효과 뻥튀기… 적자 뻔한데 ‘심사 먹통’

입력 : 2013-10-29 06:00:00 수정 : 2013-10-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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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심사·재정통제 유명무실 국제경기대회의 실제 사업비가 심의 때보다 급증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심의절차가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과도한 사업비 증액을 통제하는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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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받고 보자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국제경기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여러 가지 ‘떡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제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국가 위상을 높인다는 이유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회 준비를 명목으로 국비를 끌어다 도로나 철도 건설 같은 대규모 지역 현안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려면 ▲대한체육회 내 국제위원회 심사 ▲문화체육관광부에 국제행사계획서 및 타당성조사 보고서 제출 ▲문화부 소속 국제체육대회심사위원회 심사 ▲기재부 소속 국제행사심사위원회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지자체가 문화부에 제출하는 타당성조사 보고서가 실제 사업비를 늘어나게 하는 주범이다. 경제적 타당성 분석에 간접적 편익까지 포함하는 등 경제적 타당성을 과장해 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한 차례 심사하는 절차가 있지만 이 역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정해진 예산을 쓰는 게 아니라 ‘특별법’을 통해 지원하게 돼 기재부 심사절차가 생략되는 일이 잦다.

◆고장 난 통제장치

200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 동안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을 받은 국제경기대회는 8개다. 이 가운데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만 애초 심의와 비교해 실제 사업비가 각각 1.7%, 0% 증가하는 데 그쳐 문제가 없었다.

나머지 2011대구육상선수권대회, 전남영암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세계대회,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장애인대회 포함)는 총 사업비가 애초 심의 때보다 적게는 30.3%, 많게는 903.3%나 증가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국제경기대회를 주관하는 기관은 애초 계획보다 총 사업비가 30% 이상 증가한 경우 주무 부처와의 협의를 거친 후 기재부 국제행사심사위원회에 사유서를 제출하고 사업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6개 사업 중 기재부에 사업변경 승인을 신청한 곳은 전무했다. 모두 ‘특별법’을 앞세워 건너뛰었다. 통제장치가 이름만 있을 뿐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업비가 늘어나면 정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재정압박을 받게 된다. 대규모 국제경기대회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경기장과 도로 등의 건설사업에 지자체가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경기장 등의 관리비용 같은 추가지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강원도의 경우 지방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를 통해 스키점프대 등 경기장, 콘도, 골프장 등의 시설을 포함하는 알펜시아리조트 건립에 1조6863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원도가 부담해야 할 관련 부채는 9199억원에 달해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전심사 강화 추진

지자체의 무분별한 대규모 국제경기대회 유치를 제한하기 위해 정부는 심사절차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 7월 당정 협의를 통해 지자체의 과도한 국제경기대회 유치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총 사업비 300억원 이상의 국제경기대회는 유치 신청 1년 전 사전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률상 지원근거가 마련됐다고 해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국제경기대회와 관련된 국고지원 범위도 축소해 경기장 등 직접시설만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는 간선도로, 도시철도, 도로표지판 등 대회 여건 조성 시설도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다.

대회를 유치할 때 지방의회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또 지자체가 대회 유치 효과를 부풀리지 못하도록 타당성조사 보고서 작성 기관과 연구원의 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국제경기대회에 대한 기재부 훈령이 있지만 외부에서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어 지원하면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경기대회 유치와 관련해 사전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훈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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