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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글로벌 에너지 패권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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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27 19:52:11 수정 : 2013-10-27 2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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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셰일가스 혁명… OPEC 제치고 슈퍼파워로 부상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을 대폭 인상한 ‘석유파동(오일쇼크)’이 일어난 지 이달로 40년이 됐다. 세계 산업 질서를 뒤바꿔놓은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패권은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은 미국으로 이동 중이다. 석유 등 화석연료 의존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 체제의 종말과 함께 ‘에너지 민주화’라는 또 다른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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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미국으로…에너지 중심 이동

1973년 10월 일어난 1차 석유파동은 석유가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세계 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당시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의 욤 키푸르 전쟁이 일어나자 아랍권 산유국 중심의 OPEC은 원유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압박했다.

산업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이후 인플레이션과 불황을 겪으며 세계 경제는 침체기를 겪었다. 에너지 위기를 촉발시킨 OPEC은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원유 가격 결정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대규모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아랍 국가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이들 국가는 산업 기반시설 대신 무기 구매에 돈을 쏟아붓는가 하면 불로 소득자와 부패를 양산해내며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극심한 소득 불평등 등으로 인한 잦은 폭동과 내전은 이들 국가의 미래마저 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즈음 과다한 석유 의존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겪은 미국은 에너지 산업의 혁신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OPEC가 독점했던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미국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합친 생산량이 올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추월했고, 올해는 석유 생산량마저 추월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모두에서 러시아에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생산량이 급증하게 된 것은 셰일가스 개발 덕분이다. 러시아는 최대 셰일가스 매장량을 자랑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채굴하지 못하고 있다. EIA는 세계 원유 수입 1위국이었던 미국이 에너지 최대 생산국으로 올라서면서 2023년쯤 에너지 자급자족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수입량이 줄어들며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은 중국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전망도 밝다. 미국 에너지 안보분야 전문가 모임인 ‘미국 미래 에너지 안보’(SAFE)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소비량이 줄어든 점을 들어 석유안보 전망을 긍정 평가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4∼5년 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민주화’로 에너지 생산·소비 변화

미국의 에너지 혁명은 OPEC 체제의 종말과 함께 특정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에너지 민주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원자재리서치글로벌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소수가 에너지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스 대표는 “미국이 석유를 무기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며 “시장이 스스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낡은 석유체제(OPEC)를 종식시키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에너지를 사고 파는 것이 자유로워져 전세계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시장이 다변화하면서 기존보다 작은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풍력과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개인이 소규모 발전시설을 만들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남는 에너지는 교환할 수도 있게 됐다.

기술 혁신은 에너지 시장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개발돼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다. 또 ‘스마트 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가 구축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운송수단에서도 엔진과 연료공급 기술이 발전해 앞으로 천연가스 사용 중장비 차량, 기차, 선박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발전에 힘입어 소수 국가와 기업이 독점했던 에너지 정보는 대폭 개방돼 생산·유통·소비 방식의 전환 속도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애플 컴퓨터가 나왔을 당시 미래의 세계 소셜 트렌드에 미칠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미국의 비전통 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혁명이 정확히 언제쯤 에너지 시장을 민주화할지는 현재로선 말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미국이 에너지 시장에서 일으키고 있는 변화가 앞으로 에너지를 소비자의 것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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