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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죽어요" 막말에 폭언…'막무가내' 의사들

입력 : 2013-10-23 20:18:02 수정 : 2013-12-11 09: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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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에 “말하면 아냐” 무시 일쑤
치료 불이익 당할라 대개 참아
“재미있는 것은 말이죠, 이 부분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응급실로 모시고 간 회사원 박모(40)씨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의식불명 상태인 아버지의 뇌 CT 사진을 가리키며 주치의가 ‘재밌다’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수술결과가 안 좋게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도 의사는 “바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대답했다. 박씨는 “속이 타들어가는 환자 가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재밌다’, ‘바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의사를 보고 기가 찼다”면서 “하지만 아버지 생명줄을 잡고 있는 의사와 다퉜다가는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막말이나 배려 없는 언행으로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줄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환자가족들은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고, 중증 환자의 경우 담당의사나 병원을 쉽게 바꿀 수도 없어 속으로 눈물만 삼키는 실정이다.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강모(74)씨 가족도 의사의 계속되는 막말에 상처를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강씨에게 의사는 “복막으로 암이 쫙 퍼졌고, 치료해도 일년 이상 살기 어렵다”면서 “목숨 걸고 항암치료를 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복수가 차고 장이 막혀 죽는다”고 겁을 줬다. 어떤 상황에서 응급실에 와야 하는지를 묻자 “상식 선에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무성의하게 답했다.

몇년 전 백혈병으로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입원했던 박진석(41)씨는 ‘용기’를 냈다가 병만 더 얻었다. 선택진료비가 너무 많이 나온 것 같아 퇴원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신청을 했더니 외래진료를 온 박씨에게 담당의사가 “당신처럼 문제 제기한 환자가 있는데 내 후배(의사)가 ‘입원하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 것. 박씨는 고민 끝에 담당의사를 바꾼 뒤 병원 복도에서 그 의사와 마주쳤는데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랬어”라는 폭언을 들어야 했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의사들의 이 같은 태도는 개인적 자질 문제라기보다 환자를 기계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 송형곤 상근부회장은 “대부분 의사들이 잠도 못 자고 밥도 제 때 못 먹는 치열한 수련의 과정을 거치느라 외부와 단절돼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보다는 숨 쉴 틈 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돌봐야 하는 중압감과 피로감이 서비스 정신 약화를 부르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일부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교과과정에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가하고, 2009년에는 국가의사고시에 ‘환자 대하는 태도’를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도입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교육과정이나 시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인격이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경우 내부 인사 및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정책위원은 “의료진에 의한 환자의 권리침해나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될 경우 병원 내부 인사나 급여에 반영하고,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도 중요한 평가기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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