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월○일○시. 강화도 인근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해병2사단 모부대에 긴급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공기부양정을 타고 야간에 해안으로 기습침투한 북한군 소대 병력이 1차 방어선을 뚫고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요란한 비상벨이 울리자마자 5분대기 해병대원들이 즉각 무장을 갖추고 연병장으로 내달렸다. 그리고는 대기 중인 10여대의 장갑차량에 탑승, 적이 침투한 작전지역으로 이동했다. 해병대원들을 실은 차량이 적 은신처에 도착한 것은 출동명령이 내려진 지 채 15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포장 및 비포장도로를 시속 100㎞의 속력으로 거침없이 내달린 덕분이다.
“타당, 탕, 꽝, 꽈광.”
야산에 숨어 이동 경로를 살피다 순식간에 아군이 다가선 데 당황한 북한군은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며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아군의 차륜형 전투차량의 완벽한 방호력에 적의 공격은 무위에 돌아가고 오히려 전투차량에 탑재된 기관총 사격에 그만 전투의지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에 차륜형 전투차량에서 내린 해병대원들이 야산을 에워싸고 섬멸작전에 돌입, 30여분 뒤 적을 완전히 제압했다.
2016년부터 일선에 보급되는 차륜형 전투차량을 활용한 작전 시나리오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 군은 일선 부대의 신속한 이동과 전투력 전환, 생존성과 타격력 증강 등을 위해 기동성이 우수한 전투차량을 국내기술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을 발주했다. 1조원대에 이르는 이 차륜형 전투차량 사업을 두고 국내 ‘빅4’ 방산업체가 맞붙었다. 그 결과 현대로템과 기아차 컨소시엄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육상 100㎞/h, 수상 10㎞/h 이상 속력에다 11∼12명(조종수 포함)이 탑승 가능하고, 여기에다 전천후 작전능력은 물론 뛰어난 방호력과 무장(화력)을 갖출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육상 전투는 여전히 궤도형 전차와 장갑차가 주축이지만 점차 기동성이 우수한 차륜형 전투차량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특히 현재 전력화가 진행 중인 국산 K-21이나 도태가 시작된 K200 궤도형 장갑차량과는 또 다른 역할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민간차량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업체에서 개발해 향후 방산수출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