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중단, 민생우선 공동선언’을 제안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협의 방침을 공언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의 진정성은 이미 퇴색됐다. 국정감사는 곳곳에서 연일 파행으로 얼룩졌고 여야의 고성과 공방은 반복되고 있다. 원내사령탑이 참석한 회의에서조차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이 넘쳐난다. ‘네 탓 타령’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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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정치부 기자 |
민주당도 다를 게 없다. 전 원내대표는 “잘못과 실패를 감추는 것은 박근혜정부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각을 세웠다.
이쯤 되면 공동선언 의지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좀 자제하자는 것이지, 별다른 협상이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도 “국감 기간인데 (정쟁중단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시큰둥했다. 정치권조차 실현 가능성에 조소를 보낸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단언컨대 여야의 정쟁중단 약속은 가장 완벽한 공(空)약”인 셈이다.
국회가 스스로 국감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감은 헌법에서 보장된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다. 국회 권위는 수백명의 증인을 불러 수시간을 기다리게 했다가 한두 마디 대답만 듣고 퇴장시키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교통편리를 위해 미국 워싱턴 현지 국감이 아닌 뉴욕을 택한 의혹까지 ‘갑(甲)질’ 행태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국감이라는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이 문제가 아닐까.
김달중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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