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사이트서 합법 가장 광고, 브로커·중고차거래상까지 가담
대포차는 소유주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불법명의 자동차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적 차량을 타는 셈이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정기검사를 받지 않아도,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해도 운전자는 책임지지 않고 모두 등록원부상 소유자 책임이다. 교통사고를 내도 누가 운전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대포차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은 이 같은 허점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중고차의 50∼60%에 불과하다 보니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탈세를 위해 대포차 거래를 병행하는 중고차 판매업자가 늘어난 것도 대포차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암암리 거래되던 대포차가 이제는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내 최대 중고차 직거래 사이트라고 소개한 한 사이트에는 18일 오전에만 600여개의 판매글이 올라와 있었다. 국내 소·중·대형 자동차는 물론 수입차까지 판매 차종도 다양했다. K9, 뉴에쿠스, 신형그랜저 등 국내 고급차에서 BMW, 아우디, 벤츠 등 고가의 수입차에 이르기까지 시중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들이 중고차 시세의 절반 가격에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대부분 대포차였다. 판매업자들은 ‘ㄱㅇㅊㄱ(개인채권)’, ‘ㅌㅅㅂㅎ(택시부활)’, ‘ㄷㅍ(대포)’ 등 은어를 써가며 버젓이 광고를 했다. 개인채권은 개인이 차량을 담보로 돈을 빌려간 차, 택시부활은 수명이 다 된 택시를 헐값에 넘기는 차, 대포는 말 그대로 대포차를 뜻한다. 이 차들은 사실상 명의이전이 불가능한 것들이지만 판매책은 ‘서류 완벽 처리’, ‘보험 가입’ 등의 문구를 써가며 합법적인 중고차량인 것처럼 소개했다.
판매책 20명에게 전화를 걸어 구입의사를 보이자 “차량 가격과 성능은 보장한다. 만나자”는 답이 돌아왔다. ‘대포차가 맞느냐’고 묻자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대포차 거래가 이처럼 온·오프라인상에서 버젓이 이뤄지지만 관련 당국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압류 50건 이상, 정기검사 3회 이상 미필, 보험 6개월 이상 미가입, 세금 체납 6회 이상 차량은 대포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정할 뿐이다.
국토부가 파악하고 있는 대포차는 2009년 3500대, 2010년 5750대, 2011년 1만2000대, 지난해 1만6000대, 올 7월 기준 1만8900대로 매년 증가세다. 세금을 체납해 번호판을 떼인 차량도 대부분 대포차로 추정된다. 2009년 26만4497개, 2010년 20만716개, 2011년 23만7767개, 지난해 29만3814개의 차량 번호판이 영치됐다.
실제 대포차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권익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중고자동차 관리 문제점 개선방안을 통해 지난해 매매업자가 아닌 당사자 간 거래된 중고차가 134만8524대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포차인 것으로 추정했다.
◆판치는 브로커… 중고차 판매상까지 가담
대포차 거래는 점조직 형태로 이뤄진다. 명의 이전이 불가능하거나 개인 채무 문제로 이전이 어려운 차량이 대포차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무등록 업자 외에 탈세를 목적으로 중고차 거래상까지 대포차 거래에 가세하면서 지하경제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포차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생겨난다. 첫째는 고의 미등록 차량이다. 자동차등록법에 따라 차량을 이전받으면 14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지만 대포차 거래목적으로 아예 등록하지 않거나 노숙인 등의 명의로 법인 차량 수십대를 구매해 세금혜택을 받았다가 제3자에게 넘긴다. 이전등록이 불가능한 무적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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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차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다양한 차종들. |
대포차 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무등록으로 매매업을 한 대포차 판매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차량을 이전등록하지 않은 채 차를 사들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대포차 구매자 역시 소유권 이전 등록 위반 사항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 사회제도개선과 김영돈 사무관은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추정치보다 대포차가 훨씬 많을 수 있다”며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대포차의 구체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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