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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니·루즈핏 못지 않아' 평소 입을만한 한복 디자인들

입력 : 2013-10-17 18:09:01 수정 : 2013-10-17 18: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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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날 맞아 패션쇼
한복은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칭송받지만 평소에는 손이 가지 않는 옷이다. 대부분 결혼식, 명절 때나 입고 옷장에 고이 모셔놓는다. 미혼인 젊은이들은 한 벌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생활·개량 한복은 특정 신념이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입는 옷 같은 이미지가 강해졌다. 다른 나라처럼 한복을 자주 입자는 논의는 늘 제자리를 맴돈다.

실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문화산업 육성진흥방안’ 실태조사 결과 한복 착용에 대해 응답자의 78.3%는 아름다움·멋스러움이 연상된다고 답했으나 동시에 보기는 좋으나 입기 망설여진다(47.1%), 예술·무술 등 특수직업인 같다(35%), 불편해보인다(34.2%)고 느끼고 있었다.

17일 제17회 한복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 패션쇼에서는 전통 한복에 얽매이지 않는 한복의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됐다. 정부는 앞으로 창의성에 중점을 둔 패션쇼를 지속적으로 열고 한복 연구와 사업화를 전담할 한복진흥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패션쇼를 총괄한 서영희 예술감독은 “전통 한복은 격식이 엄격한 예복 성격이 강한 반면, 현재 개량 한복은 머슴옷처럼 보일 정도로 극과 극”이라며 “패션쇼의 결과를 도록으로 남길 생각인데 축적되면 저렴하고 품위있으면서도 편한 옷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패션쇼에 작품을 낸 디자이너 6명의 한복 48점 중 당장 일상복으로 활용할 만한 디자인을 골라봤다. 얼핏 보면 투피스 정장이나 코트와 원피스가 연상되지만 한복의 선과 미가 살아있는 모습들이다. 

강영숙 디자이너는 소매를 없앤 당의 조끼에 적삼을 변형한 자켓, 짧게 자른 한복 속치마로 검은색 상하의를 선보였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검은색 상하의… 무릎 길이 치마로 우아하고 발랄

솟대 촌 강영숙 디자이너는 검은색 상하의를 선보였다. 당의의 소매를 없애 조끼를 만들었다. 여기에 적삼을 변형한 자켓을 걸쳤다. 치마는 한복 속치마를 짧게 잘랐다. 옷감은 한지가 들어있는 섬유를 선택했다. 한지 섬유는 비단보다 저렴하면서 세탁기로 물세탁을 해도 괜찮은 것이 장점이다. 또 한지 특성상 냄새를 잡아주고 보온과 통풍이 동시에 가능하다. 비단은 한복의 가격을 높이고 세탁과 관리가 까다롭다.

강 디자이너는 “너무 양장에 치우치기보다 한복의 선이 60∼70% 흐르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복은 전통 혹은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있기에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는 쓰지 않았다”며 “한복은 몸에 딱 붙지 않아 건강에 이로운 옷인 만큼 옷감도 건강에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한복은 한복 만의 소재로 경쟁해야 세계적인 의상들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 디자이너는 이번에 레깅스나 청바지와 함께 입을 만한 한복 디자인도 선보였다. 슬림핏·스키니 바지에 헐렁한 티셔츠가 유행하는데 전통 한복을 입자는 제안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결과다. 그는 또 고려·조선 시대때 입은 철릭을 원피스나 두루마기 형태로 만들고 속바지를 활용해 하의를 디자인했다.

강 디자이너는 “한복을 대중화할 때 한복과 양장 중 어느 쪽에 가깝게 만들지, 어느 선까지를 한복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적정한 가격과 세탁 문제는 어찌 해결할지 쭉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예복으로서 한복은 전통적 디자인 그대로 가져갔으면 한다”며 “평소 입을 수 있는 옷은 활동 한복이나 생활 한복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철릭에서 모티브를 딴 원피스에 배넷 저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코트를 만들었다. 붉은 색 원피스는 파티나 모임에서 입을 만한 디자인이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꽃무늬 원피스에 우아한 겉옷

김영진 디자이너는 ‘차이 킴’이라는 기성복 브랜드를 무대에 올렸다. 원피스는 문무백관들이 입던 철릭에서 모티브를 땄다. 옷감은 유럽 린넨 중에서도 섬세한 오스트리아 린넨을 썼다. 베이지색 겉옷은 ‘배넷 저고리 코트’다. 배넷 저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코트로도 가운으로도 입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소재는 울, 린넨 등을 혼합했다. 붉은 색 원피스는 파티나 모임에서 입을 만한 옷을 생각하며 가을·겨울 패션쇼에 맞게 화려하게 만들었다. 이 위에 저고리 등의 상의를 걸칠 수 있다.

김 디자이너는 자신의 옷을 생활 한복이나 한복의 대중화라는 범주로 묶는 데 반대한다. 그는 “패션이나 예술은 운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자발적 취향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내 정체성이 들어간 한복을 만들어서 내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복판 H&M이나 자라’ 역시 공해 발생 등의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 디자이너는 “한복은 좋은 소재를 써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친다”며 “백화점 고가 브랜드에 거액을 소비하듯 좋은 한복을 입으려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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