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는 아들 위해 순금 행운열쇠 사달라"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협력업체에 수년간 ‘슈퍼 갑’ 행세를 하며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우월적인 갑의 지위를 이용해 아내가 TV에서 본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한다며 사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수사 중에도 현금다발을 집에서 보관하다 적발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최창호)는 15일 납품계약 체결 등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납품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대우해양조선 상무이사를 비롯해 임원급 4명, 부·차장급 6명, 대리 1명 등 전·현직 11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임원 2명과 부장 1명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뒷돈을 준 납품업체 임직원 6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자재구매부서에서 근무하던 부장급인 A전문위원은 2010년 10월쯤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달라”고 요구해 49만원짜리 순금 2돈(7.5g)을 받아챙기고, 수능시험 후에는 가족의 일본여행경비 일체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내가 TV에서 본 45만원짜리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하니 사오라”고 요구했으며, 300만원하는 사이클머신을 자신의 집으로 사오도록 한 뒤 납품업체 직원에게 설치까지 하게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A전문위원이 지난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가스파이프, 덕트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받아챙긴 금품은 1억700만원에 달한다.
같은 부서 차장 B(43)씨는 2008년부터 2011년 10월까지 협력업체 11곳으로부터 11억9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4개의 차명계좌로 돈을 받아 부동산 7건을 타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어머니 명의의 계좌가 적발되자 모자관계를 부정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같은 부서 대리 C(33)씨는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5만원짜리 현금 다발 1억원을 집에서 보관하다 적발됐다. 검찰은 이들이 받아챙긴 금품은 34억3000만원에 달하고, 1인당 수수액도 평균 2억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최창호 울산지검 특수부장은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이 받은 35억원 상당의 불법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차명 부동산 등에 대해 추징보전청구를 했다”며 “각종 납품비리 수사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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