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견표 미부착 차량도 부지기수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이 600원 오른 첫날인 12일 오후 11시 무렵,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일대의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택시잡기’는 여전히 전쟁이었다. 이날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지만 서울시가 공언한 택시 서비스 품질 향상은 미래의 일로 여겨졌다.
주말인 이날 밤 종각역 근처 대로변에는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이 쏟아졌다. 다수의 택시들은 ‘예약’ 표시등을 켜거나 아예 꺼버린 채 지나치기 일쑤였다. ‘빈차’ 표시등을 켠 택시는 찾기 힘들었다. 잠시 멈췄다가 승객을 밖에 세운 채 행선지만 듣고 그냥 가는 택시가 태반이었다. 불법 현장을 단속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원 이윤희(33)씨는 “택시 기본요금이 올라 서비스가 좋아진다던데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 |
승객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택시에 부착된 요금인상 안내 및 조견표. |
요금 인상 이틀째인 13일 낮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터기를 교체하거나 내부에 폐쇄회로(CC)TV나 차단벽을 설치한 택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요금인상 안내 및 조견표’를 제대로 붙이지 않거나 요금 인상을 설명하지 않는 택시기사도 많았다. 대학생 김모(22)씨는 “택시 요금을 낼 때가 돼서야 요금이 인상된 걸 알게 돼 따졌더니 택시기사가 앞좌석 문쪽에 끼워놓은 요금인상 조견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있으니 읽어보라고 했다”며 “이게 무슨 서비스 향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요금 인상에 따른 수혜자가 돼야 할 기사들의 표정도 승객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들은 요금인상 시행 전부터 ‘업주들만 배불린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이달 초 발표한 ‘택시 서비스 혁신 종합대책’에서 기준납입금(사납금) 부분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여 개에 달하는 서울 지역의 택시업체의 대부분은 요금 인상에 따른 사납금 인상을 1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인상폭은 2만5000원 전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택시기사로 4년째 일하고 있는 백모(53)씨는 “급여가 20만원 좀 넘게 오르고, 가스 지원이 늘어봐야 전체 40만원대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입금(사납금)이 2만원만 늘어도 우리의 부담은 50만원이 넘게 늘어나는 꼴이라 적자”라고 말했다. 개인택시기사인 이모(45)씨는 “원래 9, 10월에는 대학등록금 등 가계지출이 늘어나 택시 승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택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고개를 내젓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대부분은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없는데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법인택시기사로 일한 지 6개월 된 김모(49)씨는 “사측에서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해 교육시간 증가와 같은 내용을 말한 적은 없었다”며 “승객에게 단정히 보이기 위해 상의를 셔츠로 입자는 합의만 자체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