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잔은 곳곳에서 산산조각난다. 그러나 일행도, 옆자리 손님도, 식당 직원이나 주인도 말리지 않는다. 직원들은 말 없이 조각난 그릇들을 치울 뿐이다. 중국 후베이성 언스(恩施)시에 자리한 중국 소수 투자(土家)족 전통 식당 ‘바만쯔(巴蔓子) 민속미식촌’이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술 마실 자유와 함께 술잔을 깰 자유도 보장된다. 그렇다면 왜 술잔을 깨는 것일까. 아주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투자족의 설화가 유래다. 원수처럼 지내던 투자족의 두 집안이 있었다. 양가의 청춘 남녀가 사랑을 하게 됐고, 졸지에 이탈리아 베로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처지가 됐다.
그러나 대륙의 어른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끝내 받아주지 않았던 반도의 속좁은 어른들과 달랐다. 두 집안의 어른이 어느날 함께 만나 술잔을 기울인 뒤 그간의 모든 원한을 술잔이라 여기기로 했다. 이어 이를 땅바닥에 내던져 산산조각내는 의식을 갖고 모두 털어버렸다. 그리고 두 집안은 사돈이 돼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냈다.
바로 이 옛 이야기에 착안한 음식점이다. 물론 술잔은 공짜가 아니다. 개당 1위안(약 180원)을 지불하기는 한다. 당연히 깰 그릇이니 여기저기 흠집이 난 헌 그릇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계속 써도 되는 새 그릇이다. 자기는 아니지만 질로 된 재질이다. 아까워서 깨지 않고 몇 개를 서울에 가져 왔는데 주변에서 더 갖고 오지 그랬느냐고 할 정도로 모양이나 품질도 좋다.
은시시가 있는 후베이성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듯하다. 5년 뒤에는 이곳 그릇 값이 치솟아 해보고 싶어도 못해볼 일이다. 일행이 ‘한국에 차리면 좋겠다’고 말한 뒤 바로 “접자”고 하는 이유도 역시 한국에 만들기에는 그릇 값이 만만찮다는데 생각이 뒤늦게 들어서다.
한국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많았다면 시원하게 풀어보자. 옆 자리 손님들과 싸움 날까봐 술잔도 자유롭게 못 부딪쳤다면 이때가 기회다. 단, 술잔만 깨야지 다른 그릇을 깨서는 안 된다.
바만쯔를 찾는 이유는 그릇을 깨는 데만 있지 않다. 1인 40~60위안(약 7500~1만1000원)에 맛볼 수 있는 투자족 토속 음식들도 또 다른 이유다. 염장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탕, 오리알 요리 피단, 각종 야채 볶음, 해물 튀김, 양쯔강 민물고기 찜 등 감칠맛 나는 음식들이 인원에 맞춰 푸짐하게 차려진다.
언스시 대도(大道) 612. 현지전화 0713-8413166
롯데관광이 바만쓰가 자리한 언스를 비롯해 우한·이창 등 후베이성 주요 관광지를 5박7일 일정으로 돌아보는 패키지 상품 ‘新장강삼협,은시대협곡+청강화랑 7일’(부산 김해공항 출발)을 판매 중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에어부산 전세기를 이용해 18, 23, 28일과 11월2일에 출발한다. 노팁 노쇼핑. 99만9000원. 단 단체비자 발급비(2만5000원) 등 개인경비는 불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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