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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피해 남성 많지만 지자체 지원 전무

입력 : 2013-10-11 19:23:57 수정 : 2013-10-11 22: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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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범죄피해 女의 두배 불구
지자체 244곳 중 3곳 빼고는 지원대상 아동·여성에 한정
형평성 시비불러… 대책 시급
지난 6월 중순 전남 나주시 대호동의 한 도로에서 운전 중이던 장모(32)씨는 옆 차선에서 달리던 차량이 자신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155%의 상태였던 상대 차량 운전자 백모(40)씨는 차에서 내리자 마자 골프채를 휘둘렀다. 장씨는 백씨가 휘두른 골프채에 머리 등을 맞고 쓰러졌다. 때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이를 보고 경찰에 신고해 더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교통사고에 폭행까지 당한 장씨의 억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상해치료비와 차량수리비 등이 750만원 정도 나왔지만 가해자 측은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다. 대리운전 일을 하던 장씨는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지만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다시 핸들을 잡았다.

장씨는 조금이라도 지원을 받기 위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찾았지만 ‘중상해 피해가 아닌 경우 여성만 지원 대상’이라며 거절당했다.

장씨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남성이라고 차별하는 것도 문제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범죄피해자에 대한 자활비 지원제가 지원대상을 아동과 여성으로 한정해 형평성 시비를 낳고 있다.

11일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광섭 교수와 김혁 박사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의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에 관한 고찰’ 논문에 따르면 범죄피해자 보호법 5조는 지자체에서 범죄피해자 지원·보호를 위한 책무를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가에서 최대 4500만원까지 지급하는 구조금은 장해 또는 중상해 피해로만 한정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는 지원 대상이 아동과 여성에만 치중돼있다. 모든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도록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국 244개 지자체 중 경기 하남시, 충남 서산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3 곳(1%) 뿐이다. 여성만을 지원하는 곳은 서울과 광주 등 2 곳이다. 나머지 239개 지자체는 아동과 여성만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범죄 피해자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원 대상이 아닌 경우 가해자 측과의 합의 또는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면 지원 대상이면 가해자 측과의 합의 없이도 지자체 지정 기관에서 치료 및 상담이 가능하고, 의료비와 생계비 수백여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같은 현실과는 달리 범죄로 인한 피해자의 비율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남성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이 2008년부터 올 8월까지 집계한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피해자는 남성이 120만551명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여성은 62만9276명이었다.

전문가들은 범죄피해자의 성별이 아닌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 대상과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아동과 여성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대부분 범죄피해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차별정책이 생긴 것”이라며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방법으로 형평성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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