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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국제정치학계 샛별’ 美 테네시 주립대 황원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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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11 20:04:36 수정 : 2013-10-11 22: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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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개선 다양한 대화채널로 풀어야”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교의 황원재(44·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 정치학계에서 국가 간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한 정치시스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소장학자이다.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의 격차를 줄이는 정치·경제 시스템 연구로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남북한 문제에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2013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세계와 한국정치’에서 주제 발표를 하기 위해 방한한 황 교수를 만나 남북한 문제와 국제정세, 유학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두는 남북한 문제와 통일이었다. 그는 동족의 나라인 북한의 경제를 일으키는 방안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황 교수는 “남한이 북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커져왔다. 다만 핵위기에 따른 대북 경제제재 조치 이후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커졌는데, 이는 북한에게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것”이라며 “외국자본의 유치를 열망하는 북한에 투자를 증대시키는 법적 기반과 정치적 합의를 우선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투자를 일으키기 위한 국제적 합의의 틀을 만드는 데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물론 북핵 문제가 북·미 대화의 장애가 되는 상황이지만 황 교수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레짐체인지(정권교체)와 같은 대외정책이나 타국의 국내정치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도자 개인에 대한 비방, 비난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학술교류,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의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핵무기를 가진 북한 입장에서는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어용 무기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무기나 핵심 기술을 테러리스트 집단에 넘기는 것이 큰 걱정거리라면, 더욱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촉구했다. 남북한이 직접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대한 큰 이해나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그들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느냐에 초점이 맞추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본다. 쉬우면서도 강력한 전략은 남북한이 일체가 되어 상호 간에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두 개의 독립 국가가 통일을 원하고 추진해나간다면 주변국가에서 이를 막을 명분도 수단도 그리 많지 않다. 남북한이 관계개선을 이루고 통일의 길로 함께 나선다면, 그리고 이에 대한 국제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면, 중국과 미국은 자국에 돌아올 이익 계산 속에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거나, 가로막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일침이 묻어난다. 그는 “신뢰회복과 협력증진을 위해서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겠다는 것보다는 두개를 주고 하나를 받더라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언론과 엘리트 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원재 교수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미국 대학 종신교수가 된 데 대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보다 내가 왜 유학하고 배우려 하느냐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 대답의 끝이 사회와 주변 사람들을 향하면 더욱 절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1999년 미시간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5년여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테네시주립대 종신교수로 임용된 황 교수는 ‘근면한 한국 유학생’으로 통한다. 새벽 2∼3시까지 연구실에서 책과 씨름 중인 황 교수를 대학 청소부 직원들이 보고 그런 별칭을 붙였다고 한다. 황 교수의 연구실이 꺼져야 대학의 모든 전깃불이 꺼진다는 것이다. 1년치 유학 자금만 마련해 떠났던 황 교수는 지도교수로부터 등록금과 생활비를 빌려서 내곤 했다. 마크 존슨이라는 정치학과 교수였는데 나중에 빌린 돈을 갚으려니 존슨 교수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밀어주는 게 내 기쁨”이라면서 한사코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그는 젊은이들의 유학생활에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어떻게 하면 내가 성공할 수 있느냐보다는 내가 왜 유학을 하고 배우려 하느냐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외국생활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고 영어회화를 위해 학원을 다닌 적도 없어 엉성한 영어실력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했지만, 내가 왜 이 길을 가는 것인가에 대한 마음이 확고했기에 기쁘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얼마만큼 자기 분야에 열정을 갖고 전문가가 되려 하느냐가 중요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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