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시간 이상 혹독한 훈련
2014년 인천서 좋은 결과 낼 것 “눈만 뜨면 훈련하고 밥 먹고…. 저의 일상입니다. 아니 레슬링 선수들은 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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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
김현우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그레코로만 66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지난달에는 헝가리 세계선수권대회 그레코로만 74kg급에서 류한수(삼성생명·66kg급)와 함께 14년 만에 한국 레슬링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쥔 김현우는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맥을 캐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레슬링 그랜드슬램은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석권하는 것이다.
김현우의 이번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의미가 깊다. 올해 체급을 66kg급에서 74kg급으로 올린 뒤 나왔기 때문이다. 레슬링은 체급에 따라 선수 간 힘의 격차가 크다. 이 때문에 체급을 올려 성공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하지만 김현우는 힘과 체격의 열세를 극복했다. “매번 11kg씩 감량을 하려니까 신경이 거기에만 집중됐습니다. 못할 짓이죠.” 김현우는 이제 체중 감량의 부담을 덜어낸 만큼 다른 부분을 더 보강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김현우는 지난 2월 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25개 핵심종목에서 빠졌다는 사실을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제가 지인들을 안심시키느라 바빴어요.” 다행히 레슬링은 지난달 9일 IOC 총회에서 올림픽 핵심종목에 재진입했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김현우는 이번의 위기가 오히려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한국 레슬링에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퇴출 위기 이후 국제레슬링연맹(FILA)은 룰을 개정했다. 2분 3회전 세트제를 3분 2세트 총점제로 바꿨다. 또 방어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는 벌점을 주기로 했다. 관중에게 박진감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조치였다. 김현우는 “외국 선수들이 사실 우리보다 힘과 기술에서는 조금 앞서요”라며 “하지만 외국 선수들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지구력이 떨어져 후반으로 가면 우리가 유리합니다. 그런 장점을 잘 살려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라고 금메달 획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선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운동뿐이잖아요”라며 동요하지 않고 앞에 닥친 경기에만 집중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마인드 덕분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휩쓸 수 있었다.

김현우는 지난해 런던올림픽 결승을 앞두고 “나보다 더 많이 땀을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고 장담한 뒤 보란듯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보인 자신감의 원천은 훈련량이다. “밥 먹고 늘 하는 운동이지만 할 때마다 정말 죽도록 힘들어요.”
하지만 체육관 밖의 김현우는 여느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다. 그는 낚시를 좋아한다. “경남대 재학 시절에는 바다가 가까워서 종종 친구들과 낚시도 가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낚시하러 갈 여유가 없어요.” 토요일 오전훈련이 끝나면 외출이나 외박이 가능하다. 김현우는 짧은 휴일을 쪼개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만난 지 1년 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짬을 내 드라이브도 즐긴다. “하도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해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얼마 전부터는 컴퓨터 게임에도 빠졌다.
김현우는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꺾었던 로만 블라소프(러시아)를 최고의 경쟁자로 꼽았다. 블라소프는 김현우에게 패배하기 전까지 74kg급의 절대강자였다. “그 선수도 다음 경기를 철저히 준비하겠죠. 저도 기술적인 부분을 좀 더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체급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그의 아름다운 도전이 신선하다.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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